사는게 이런goya-자전거

수필, 소설

사는게 이런goya-자전거

GOYA 0 1853

출근길에 다소 힘겨워 보이는 부녀지간을 목격했다.

자동차로도 힘겨운 고바위를 초등학교4~5학년배로 보이는 딸래미를 뒤에 태운 채 있는 힘껏 페달을 밟고 있는 아버지를 본 것이다.

그런데,그 자전거 그냥 일반 자전거였다.

요즘 흔하디 흔한 기어자전거도 아닌 그냥 자전거였던 것이다.

얼마나 힘이 들까?’

그 힘이 들것 같은 아버지를 향해 응원의 따르릉 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러다가 문득 어린 시절의 자전거욕심이 불쑥 떠 올랐다.

자전거를 타고 싶은데 자전거를 사 달라는 얘기는 꿈도 못 꿀 시절이었다.

새로 이사 온 옆집에 짐자전거가 세워져 있었다.

요즘 찾아보기도 힘든 자전거,장사를 위해 최대한 짐을 많이 싣기 위해 철근을 덧대고 덧대어 높기도 높은데다가 무겁기도 엄청 무거웠었다.

그 무겁고 큰 자전거를 겁도 없이 초등학교5학년 꼬맹이가 타겠다고 옆집에 가서 졸라대고 있었다.(내가 생각해도 그저 맹랑하기만 했던 일이었다)

처음엔 옆집 아저씨도 괜히 빌려줬다가 사고라도 날까봐서인지 절대 안된다고 허락을 안해주셨었다.

땅꼬마같이 아담한 애가 저보다 2배이상 몸집이 나가는 자전차를 타겠다고 조르니 난감하셨을텐데도 허락할때까지 조르고 조르는 모습이 귀찮으셨는지 조건부 허락을 해주셨다.

하루종일은 안되고 학교 갔다와서 딱 한시간동안만 타는걸로 그렇게 허락해 주셨다.

꼬맹이는 기분최고였고 그 커다랗고 무겁기만 한 짐자전거를 부리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렇게 자동차도 별로 없던 시절의 신작로에서 그 귀한 자전거를 얻어타는 기분은 그 무엇에다 비할 수 있으랴?.

물론 그 큰 자전거를 타며 부딪히고 넘어져 큰 상처는 없었고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깁스라도 하는 일이 없었기에 한동안 신이 난 채로 자전거에 열중할 수가 있었던거다.

탈수 없는 형편이었는데 타고 마음껏 다녔다는 경험치는 40여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자존감으로 작용한다고 하면 과장일까?

암튼 그래서인지 결혼을 해서 예쁜 공주들을 낳고 키우면서 이 애들한테는 무조건 어릴때부터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혼초기엔 재정적으로 어렵고 힘들었던 때이기도 하였지만 염두에 두었던 그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서 주머니를 쥐어짜서 자전거점에 가서 예쁜 자전거를 사주게 되었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예쁜 공주가 딸바보 그 아비의 코치를 받아 자전거를 배우게 되다니...

그렇게 어렵게 탈수있었던 아비의 자전거를 애들은 그래도 수월하게 탈수 있게됨에 얼마나한 감사거리인가?

왜 그거 있잖은가?

아빠가 뒤에서 잡아줄테니 너는 앞만 보고 가면된단다

아빠의 자전거레슨 공식 사기수법

그렇게 사기(?)로 안심시켜 놓고 손을 슬그머니 놓아버려 결국 우리 공주가 자전거를 마스터했다.

기분좋게 하이파이브를 한 끝에 집으로 돌아왔고 밑에다 자전거를 두고 잠깐 올라왓다 내려간 사이에 한국인들의 이해할 수 없는 미스테리한 일을 

당하고야 말았다.

주변에 비싼 노트북이나 핸드폰이 널려있어도 혹은 지갑이 떨어져 있어도 잘 안 가져가는데 유독 그 비싸지도 않은 자전거의 도난사고는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는 그 미스테리..

딸래미와의  하이파이브 여운이 끝나기도 전에,아니 자전거를 사서 겨우 하루나 이틀을 지나기도 전인데...

없어졌다.깜쪽같이..쥐도 새도 모르게...

울 공주는 눈물의 가련한 공주가 되었고 그 아비는 멘탈도 붕괴되었다.

온 동네를 다 뒤졌다.없었다.흔적도 없었다.

믿을 것은 온가족이 둘러 앉아 절실한 기도로 주님,찾을 수 있도록 기운을 허락하옵소서였다

우리의 간절함이 하늘로 전달되기를 바라고 또 바랬었다.

그리고 다음 날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눈물의 가련한 공주가 친구들과 놀러간 아랫동네 놀이터에 우리 자전거와 비슷한게 있다는 이야기를 집에 와서 했고 득달같이 쫒아간 그 아비에 

의해 우리 자전거를 찾아내었다.

눈물의 상봉이었다.

아마도 울 딸래미의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가 버리고 간 듯했다.


출근하다가 딸래미를 태우고 힘겹게 올라가는 아비의 모습을 보고 잠시 추억에 젖어봤다.

생각해보니 그 자전거를 훔쳐 탔던 그 누군가도 자전거는 없지만 타고 싶었던 열망이 강해서 그랬을 터..

추억 돋는 자전거 일지였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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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12월21일 CBS FM 음악방송 93.9Mhz 오후2시 한동준의 FM POPS에 소개되었던 사연임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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