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호 시인의 하루, 원두막에서 2

수필, 소설

하명호 시인의 하루, 원두막에서 2

소하 0 225

d1e05027a1192eb55bb76ca84aa1cfe2_1657881994_66.png

하명호 시인. 수필가



원두막에서 2


  '야! 오늘은 토요일이다~~^!'

  '땡~땡~때엥~~'


   ‘반공일(半空日)’ 점심시간이 지나서 오후가 되어가는 가 교실 끄트머리 용마루 아래채에

매달리어 오늘 일과 학업 종료를 알리는 늙은 놋쇠 종소리가 요란하다.


오늘은 반 공일 주말이라 학생들은 선생님의 지시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서

책상은 금세 복도 밖으로 나와 겹겹이 쌓이고 교실 바닥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와

꼬질꼬질하여 오늘은 마룻바닥 청소와 함께 광택용 양초를 입히게 된다.


선생님은 미리 준비해둔 양초 뭉치를 풀어서 그래도 덩치의 남학생들에 나눠주고

아이들은 붕알이 흔들리도록 열심히들 바닥을 깎고 오래된 때들을 벗겨내어 주니

이어 여학생들은 마른 걸레 집어들어 바닥 닦는 마감을 하게 되어 큰 공사 일을 끝내고서는

다시 책상과 의자들 원위치를 하게된다.


'날씨도 더운데 모두 수고들 했다!'

선생님은 기다랗게 까만 출석부 옆구리에 끼고서는 이내 교무실로 향한다.

얘들도 모두 책 보따리를 둘러매고는 각자의 교실 밖으로 나온다.


운동장 가로질러 줄지어 늘어선 플라타너스 그늘에 책 보따리 던져두고는

일제히 교실 뒤 우물가로 우르르 뛰어들 가서는 시원한 물 한 바가지 벌꺽이며

들이키고는 이내 나무 아래에 다시 집결을 한다.


아직 파하지 않은 학급이 있어 우린 그네들 마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안 있어 다른 학급 친구들 반가운 얼굴을 하고들 나타나니

모든 인원 점검을 다시 하고는 일제히 자기 동리 별 뿔뿔이 흩어진다.

내일이 휴일 인지라 매일 보는 얼굴들인데도 헤어지기가 섭섭한지

''내일 봐 글구 잘들 가!' 손 인사 흔들며 나누고서는 각자의 동리를 향해 헤어진다.


학년이 달라 동리별 얘들은 재잘거리며 말 동무하면서들 같이 모며 집으로 가는데 여기에는

또다른 애환이 있어 일전에 인근 동리 또래의 여자친구가 부랑아인지(?)로부터 심하게

상처를 입은 성폭행을 당하고 나서부터는 각별하게 신경이 쓰이고 하여 특히 여학생들 보호는

당연히 동리의 남학생들과 나이가 든 선배들 담당인지라 서로는 각별하게들 챙기고들 한다.


오늘도 우리 동네 형아/동생들 모두 교문 밖으로 모여 인원 점검과 함께 각자의

동리로 향하는데 우린 산 고개 두 개를 넘어야 하여 딱 재어보니 근 십여 리가 넘어가

그나마 개중에는 개구쟁이들이 있었으니 하굣길에 갖은 장난들 일삼아서 철 따라

널려있는 제철 과일은 이네들의 안전 표적들이 되어 있었다.


그나마 그중에 일부는 수업 진도는 뒤처지는 친구들 모아 핑계는 보충 수업이라

우리 집 원두막으로 오게 되는 특혜(?)를 누리게 되어 나중에 성인이 되어

알게 되었는데 쟤들끼리 나름의 자리 쟁탈전이 벌어지곤 했다고 한다.


오늘도 예외가 아니라 몇 명의 친구들 대동하고는 사방이 확 트여 시원하게

바람까지 불어오는 2층 원두막에서 책과 공책들 펴내 놓으면 공부는 뒷전이라

오직 복숭아 먹는데 정신들 두고서는 이 또한 나중에 알아낸 걸로 난 그것도 모르고는 

그저 친구들 준다고 나무 아래 떨어진 낙과 복숭아들 모아서는 물이 흐르는 개울에서

깨끗이 오물들 제거하여 대나무 소쿠리에 담아내어 친구들에 노나주곤 했었다.


여름 해는 길어 한바탕 정신들없이 게걸스레 먹어대고는 조금 있으면  생리현상이

일어나 방귀들 끼어대는데 쌍 계곡 속의 비명 소리되어 이어지곤 하여 서로는 멋쩍어하며

웃음들 짓고서는 이제는 그득하니 배들 채웠으니  자리에서 일어나 손 흔들어 주고는

부리나케들 탱자나무 울타리에 얽어매둔 사립문 열고는 사라져 버린다.


폭염이 지는 한 여름 오후의 석양의 햇살이 넘어 갈적이면 또 다른 무리 하나둘 모여든다.

이는 모두 멀리 떨어진 이웃 동리에서 손에 들리어 들고 온 손에는 햇곡으로 

갓 찧은 보리며 밀에다 감자며 토마토가 자그만 자루에 들려져서 온다.


주 고객은 모두 여학생들로 삼삼오오 모두 우리 동리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서

물물교환 형식으로 우리 집에 복숭아를 싸기 위해 직접 보따리하고는 원두막 방문을 한 것이다.

먼 동리에서 온 걸 알아 원두막에는 항상 넉넉하니 낙과 과일과 수박, 참외를 준비해두어

맘껏 깎아 먹는 배려와 함께 거기에다 덤으로 한두 개 더 넣어 담아주는 건

기본이라 여자 고객들의 기쁨은 두 배가 되어있었다.


거기에다 내 짝지 창희도 예외는 아니라 혼자는 못 오게 되어 항상 친구 대동하여

요즘 들어 자주 먼 길 돌아오는 거 같아 그래도 그냥 오기는 뭐한지 오늘도 손에는

토마토가 들러져 있길래 난 제발 다음번에 올 때는 그냥 오라고 그러는데 도통 내 말을

듣질 않는 거 같아 오늘은 다른 친구들은 먼저 보내고 내가 데려다주려고 하니 그러자고 한다.


친구들도 가버리고 둘만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순간 잠시나마의 시간이 흘러 난

이미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억누르고는 조심스레 이쁜 친구의 손을 살포시 잡아주고는

앵두 입술에다 입을 포개어본다. 아직은 설익어 파리하게 떨리는 여자친구의 유두가 오늘따라

오똑하니 내 가슴에 포개어져 온다. 지남철이 되어버려 포개어져 말없이 한 몸이 되어 버리고는

짚 멍석 거적에는 분홍빛 자욱만을 남기고는 떨어지는데 때맞추어 불어오는 바람이 우리들을 떼어낸다.


겸연쩍은 표정으로 우린 잠시 떨어지는데 아뿔싸! 이런 밀회 현장을 들켜버렸으니 그것도 당시

동리에 떠벌이라 소문난 뻐드렁니 길자한테 오지게 걸려버렸으니 이내 소문은 순식간에

온 동리로 퍼져버리고 이후 넓은 시멘트벽에는 돌로 긁어 표식을 남기어 우리 둘의 로맨스 소식으로

도배를 하여 온갖 낙서들 넘쳐나고는 내 동생들은 이 흔적들 지우느라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한다.

바위 돌에 긁어 쓰는 놈 따로 있고 지우는 동생들 고생들 하고 숨바꼭질은 한동안 잦아들지 않았다.


그렇게 들게 버린 사랑인지 그래도 학교에 담임선생님은 우리 둘을 갈라놓질 않았으니

그냥 의미 있는 웃음만 지으시곤 했었다. 정말이지 그때 순간은 정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되어 있었다. 다행인지(?) 이후 우리 사이는 자연스레 사회로

나가서는 정말이지 소식도 없이 지내 서로의 각자의 다른 가정들을 꾸리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우린 냉랭한 사이로 되어버려 그저 짝지로서 친구로서만 지내기로 하였으니

주위 친구들도 의아심을 갖게 되었다.


학교 졸업을 한 지 오래이고서 어느덧 세월이 흘러가서는 어느 해인가 동창회 한다고

연락이 와서 모처럼의 그 시절 초딩 동창들 만나기라도 해서 모임에 참석을하니

멀리서 보아도 한눈에 알아보게 되는 첫사랑 그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랫만이네! 잘 지내고? 만나서 반가워!'

우린 아주 오랜만에 그 옛날의 추억 속의 학교 교정 부쩍 자라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아래에서 그때 그렇게 우린 또다시 말없이 두 손 깍지 끼고는 서로의 온기를 느끼고서는

한동안 긴 침묵의 정적 속에 아무런 말 없이 그렇게 앉아 있었다.


발치에서 넓은 프라타너스 잎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쓰쳐 날라가버린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