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용 리브레티스트

귀뚜리가 수필 썼소

                   박경용

산천에 가을오니  단풍이 울긋불긋

나는야 귀뚜라미  연주자며  음유시인

우주가 갖고 있는 뜨거운 심장에다 귀를 데어 

소리는 멜로디로 체온은 하모니로 바꾸어 연주하지,

이것이 우주교향악  이 선율 울려 퍼져 지상은  아름답게 되는 거야.

그래서 대지의 시는 그치는 일이 없지.

우리 종족은 산과 들녘에서 활동하는 부류와 나처럼 대중이 사는 인가에 들어와 활동하는 두 부류가 있지.

산과 들녘 대자연속의 부류들은 나보다 차원이 훨씬 높아

지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대지의 귀뚜리들에게 모두는 경의를 표해야 해.

암 그렇고말고.

그들과는 달리 대중이 사는 인가에 깊숙이 들어와 정원에서 , 창밑에서 , 계단 밑에서 활동하는 나 같은 무리도 그 의미는  대단하다구.

어차피 지상을 지배하는 건 인간들이므로 그들을 교화시켜야 세상이 좋아 질 테니까.

휘영청 달 밝은 가을 밤 우리 소리 듣고  정취에 젖지 않을 자 어디에 있으랴.

인간은 나름 데로 마음속에 가야금 (加耶琴 )하나씩 간직하고 있더군.

그게 바로 심금 (心琴 )이라 하는 모양인데 우주교향악의 선율에 심금이 울려지게 된단 말이야.

우리야 말로  진짜예술가로 자부해.

톨스토이도 진짜예술 가짜예술의 구별은 감동을 주어 심금을 울리는가 아닌가에 달렸다고 했지.

생각해봐 감동을 주지 못하는 작품은 그 존재가 보잘 것 없다는 것을......

우리는 사랑에 살고 예술에 사는 가장 고급한 족속이지.

나의 유연한 몸매와 잘록한 허리, 늘씬한 다리에다 날렵한 동작은

곤충사회에서도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지.

나 같은 미의 소유자는 새로운 현대판 귀족이며 권력이지.

미는 영원히 우리의 영혼에 기쁨을 주고  구원해 주는 에너지가  되는 거야.

이런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그 동안 먹는 걸 얼마나 절제해 왔던가.

이슬을 주식으로 자나 깨나 다이어트 다이어트 하며 마음을 쏟았지.

뚱뚱한 것들이란 도무지 정신력이 부족한 것들이라 상대할 게 못되거든.

결혼은 물론 친구의 대상도 되기 어려워.

인간사회에서 뚱보가 받는 천대를 난 알아.

어떤 프랭카드에 <너 죽을래 나하고 살 뺄래 >하는 광고도 보았으니까.

스트래스 받을 당사자가 가엾다는 마음도 들어.

나의 이 미모와 연주솜씨에 온갖 잡동사니들이 침 흘리며 유혹의 눈짓을 보내오지만 어림도 없어.

사랑은 눈으로 오지만 역시 영혼의 동질성을 가져야 이루어진다는 게 내 지론이거 던,

내 몸에서 촉각이 몸보다 긴 이유는 의식이 늘 깨어 있다는 징표지.

일신상의 행복과 불행은 그 분량에서가 아니라 감수성에 따라서 다르게 오고 있지.

젊음의 감수성은 그 자체가 월계관이고 자랑이야.

늙는 다는 것은 감수성이 무디어 진다는 것이고 감수성이 무디어 진다는 것은 살아 있을 가치가 줄어든다고 볼 수 있지.

 그래서 늙어도 감수성이 살아 있는 한 살만한 가치가 있지.

그러기에 감수성이 풍부한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오래한 가치가 있는 거야.

 에헤야 좋을시고

우리 귀뚜리는 삶의 철학도 고급해.

가장 행복한 삶의 방식은 단순한 삶이란 걸 알고 있어.

삶의 단순성이 얼마나 고급하다는 걸아는 인간들은 드물더군.

이 세상뿐 아니라 우주의 모든 아름다움과 조화 , 우아함 , 리듬의 미는 단순함에 있다는 걸 알아야 할 텐데.

사람들은 단순한 진리를 단순성이라고 잘못 부르고 있다고 섹스피어도 소네트에서 말했지.

위대한 진리는 단순함에 있다네.

 그대 ! 삶이 그토록 고뇌가 많고 무거운가? 그럼 단순화 하라 . 그러면 해답이 나오고 편안해 지리니,

우리는 하천을 오염시키고 공기를 탁하게 하고 지구의 온난화로  뭍 생물을 괴롭히고 죽게 하여

원한을 품게 하는 그런 우주의 불량아가 아니야 . 대량 살상 무기나 나쁜 이념을 만들어 퍼뜨리는 일도 하지 않지.

 지상에서 인간들이 사라져 준다면 지구는 얼마나 아름다운 별이 될까.

약 100 년 정도만 다른 별에 살다가 귀환한다면 지구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으로 변해 있을 거야.

하지만 모두가 다 나쁜 사람들만은 아니지 . 대부분은 선량한 사람들이고 환경론자나

 슈바이츠 혹은 데레사 수녀 같은 이도 있으니 ......

그들이야 말로 멋진 인간들이라 하겠어. 그 정도 사람들 쯤 이면 우리 귀뚜리족속과 어울릴 만하지.

아 1 벌써 11 월도 다가고 마지막달이 다가오는군. 누가 날카로운 세월의 칼날을 피할 수 있으랴.

머지않아 나는 장렬한 최후를 마치고 우주의 질서 속으로 함몰되겠지.

보기 드문 휴머니스트인 이집 주인은 마당에 있는 나의 시체를 쓸어다 저 화단에 묻어 줄 거야.

그럼 나는 거름이 되어 꽃을 더욱 아름답게 피게 할 거고.

 죽음 그 자체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머나먼 여행

이승에서 그토록 처절하게 울어 데던 연주활동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 동안의 연주곡 들이 우주를 떠돌다가 메아리 되어 돌아올까.

하지만 천국에는 고통이 없어 예술이 있기 어려울 텐데 알아들을 수 도 없을 거야.

안식과 평화만이 도도히 흐르리라 . 영 ---원 ---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