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현의 오늘을 사는 이야기 2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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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4 06:58
조용현 시인
설날입니다 아버지
아름다운 시절 조용현
뒷산에 올라 죽은 솔가지 끊어서 지게에 짊어졌을 땐 마음이 부자였다고 그러셨지요.
굽이굽이 오솔길을 걸어오면서도 자식 들만 눈에 보였다고 하셨잖아요.
무겁게 지고 온 땔나무로 아궁 이에 군불을 지필 땐 얼굴에 그려진 수심도 슬며시 사라졌다지요.
집안 구석구석이 금방 포근한 둥지가 되면 어김없이 아버지가 있었다는 것도 난 보았습니다.
자식새끼 앞에선 가쁘게 쉬던 숨소리조차 줄였던 당신은 언제나 나의 든든한 언덕이었습니다.
부엌에서 솔가지 타는 소리가 토닥거리고 익어가는
밥 냄새가 자식들을 밥상으로 불러들일 땐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냐던 나의 아버지,
하얀 눈이 붉은 동백에 내려 앉아 꽃으로 피었을 땐 지긋이 미소를 짓던 모습도 난 보았습니다.
밥상머리 훈육은 잔소리가 아니라던 근엄한 당신 가진 게 있으면 같이 나누고 살아야 미덕이 라 하셨지요.
우리들 자라나는 모습만 보고 있어도 든든 하다고 하시던 말씀은 지금도 생생하게 들립니다.
그리운 아버지 평소에 좋아하시던 막걸리 한 잔 올립니다.
오늘은 설날이라는데 잊어버리지는 않으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