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가족 여행(2)

수필, 소설

코로나 속 가족 여행(2)

루비 0 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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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규(시인시조시인수필가) 


이번에도 늘 그랬듯이 사전 좌석 예약을 통해 항공기 뒷좌석 왼쪽 창가를 

잡았는데 이날따라 날개의 엔진에서 나오는 연기 냄새가 심하게 유입되어 

아내가 멀미와 구토 증세를 보이면서 제주도에 도착할 때 까지 말 한 마디 

나누지 못하는 참사를 겪었다

기왕에 사전예약을 할 거면 날개 앞부분으로 했으면 매연 냄새는 덜 맡았지 

않았겠느냐.”며 긁어대는 바가지에 

알았어. 다음엔 그렇게 할게.” 하고 더 이상의 토를 달지는 않았다.

나와 아내, 그리고 아들들의 좌석이 항공기 맨 뒷좌석과 바로 앞자리였는데

새벽 비행기를 탈 때면 의례히 그곳을 예약하는 버릇이 있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에는 기름 냄새가 조금 나는데 반해 이륙 후에는 시야가 확 트이고 항공기의 

날개의 작은 동작 하나 하나를 관찰 하면서 여행하는 재미가 매우 쏠쏠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출이 시작되는 시간이 되면 구름 속에서 솟아오르거나 수평선을 

붉게 태우면서 떠오르는 광경은, 신년에 동해안으로 달려가서 해돋이를 보는 것보다 

더욱 황홀하고 가슴 벅차도록 아름다운 장면이다. 하늘에서 보는 해돋이는 쾌청한 날은 

그 날대로, 구름 낀 날은 구름이 낀 대로 신선의 마을을 탐험하는 신비함이라고나 할까!

제주공항을 빠져 나오면서 느껴지는 상쾌한 바다 향기와 한라산의 푸근한 기운이 

제주도로 여행 온 우리 가족을 환영해 주는 듯 했다. 준비한 렌터카를 타고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비자림이다. 제주의 상징이기도 한 수백 년 된 비자나무 자생지인 

이곳은 오래 전에 아내와 함께 왔다가 급체로 인해 관람을 하지 못했던 곳으로

몹시 가보고 싶어 했기에 거리가 멀어도 첫 번째로 여정을 잡았다. 여행에 앞서 

아내는 비자림과 산굼부리, 큰 아들은 세계 자동차 및 피아노 박물관과 카레이싱을

작은 아들은 산굼부리와 중문의 주상절리를 선택했다. 남는 시간이 생기면 

협재 해수욕장 인근의 해안도로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었다.

비자림 산책길엔 송이라고 하는 화산석으로 산책로를 깔아 놓아서 부드럽고 

편안하게 산책을 할 수 있었다. 다행히 아내의 두통이 가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덕분에 여행의 행복을 기쁨 주머니에 가득하게 담을 수 있었다.

글공부 친구들과 함께 방문했을 때 들었던 작은 지식으로 연리지 나무와 

천년의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내에게 아는 체를 조금 해 보는 

시간들도 여간 즐겁지 않았다.

비자림은 천연기념물 제374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곳인데 수령이

 500~800년이나 된 비자나무가 무려 2,800여 그루나 된다고 한다. 나무의 높이는 

7~14 미터, 지름은 50~110센티미터 정도로 커다란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비자나무 열매는 과거에 구충제로 많이 쓰이기도 했다는 연배 지긋하신 

사진작가님의 말씀에 사라졌던 어릴 적 기억들을 떠올려 본다.

벼락 맞은 비자나무가 초입에 있는데 100년 전에 있었다고 하는데 

벼락의 흔적은 없고 무탈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30분 정도 숲길을 따라 들어가면 

수령이 가장 오래된 비자나무를 만날 수 있는데 약 813년 정도 되었다고 하며 

안내판에 씌여진 이 나무의 이름은 새천년 비자나무로 호칭하고 있었다

이곳의 공기는 일반 도시 보다 약 200배 이상의 맑은 공기와 음이온이 풍부하고 

혈압을 진정시켜주는 테르펜이란 물질이 있다고 하니 산림욕에 최적의 장소가 

아닐 수 없다. 비자림을 걷는 내내 새소리와 맑은 공기, 보이지는 않지만 피톤치드 

향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고 그 덕택에 아내의 두통도 가신 것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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