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가족 여행 (3)
박창규(시인. 시조시인. 수필가)
둘째 날은 중문 주상절리를 다녀왔다. 서귀포 중문동에서 대포동에 이르는 해안에
형성된 이 멋지고 신비한 모습은 무려 2킬로미터나 넓게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신비감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태양빛이 파도에 산란하는 윤슬과 파도가 부서지며 나타나는 육각형의 검은
진주들이 원석으로 반짝이는 황홀함을 말로서는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어 수없이
사진을 찍다가 또 아내에게 핀잔을 들었다.
“사진 그만 찍고 같이 좀 다니자고.”
이곳은 천연 기념물 제443호로 유네스코 세계 지질 공원으로 지정되어 관리, 보존되고
있다고 한다. 주상절리라는 용어를 찾아보니 ‘마그마가 흘러나와 바닷물에 닿으면
급격히 식을 때 부피가 축소하여 균열이 생기는데 오랜 시간 풍화 작용으로 인해 굵은
틈이 생겨서 만들어진 육각형 또는 삼각형의 기둥모양 돌을 지칭한다.’ 고 되어 있다.
자연이 만들었다고는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심오하고 아름다운 모습!
삼방산이 멀리로 보이는 이곳에서 약 1시간 정도 거닐면서 윤슬이 넘실대는 태평양의
뜨거운 기운을 가슴에 담아보았다.
셋째 날은 아내와 막내가 가보고 싶어 했던 산굼부리를 방문했다. 억새축제가 한창
시작된 시절인데 인파가 그리 많지는 않아서 한가하게 억새꽃과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어느덧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칼과 더불어. 다행히 뒤따라오는 연인들에게 사진을 청하여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억새꽃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다양하게 길이 이어지고 이곳저곳 걷다보니 어느새
산굼부리 정상을 향해 가고 있었다. 관리가 잘 되어 품격 있는 자태로 하늘거리는
억새꽃이 바람에 살랑대는 모습은 목화솜을 펼쳐 놓은 듯 한 착각이 들 정도로 장관이었다.
특히 오르는 길이 평활하게 정비를 해 놓아서 아내와 나란히 걷기가 참 수월했다. 아들들이
찍어 주는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은 포즈도 즐거움으로 남을 행복한 추억이 되었다.
한라산에 걸린 구름이 마치 분화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듯 아름다운 모습에 서로
감탄하며 사진을 찍던 장면들이 가족이라는 인연으로 억새꽃의 일렁임 속에 한 폭의
수채화가 되어 가슴에 안기는 순간이었다.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코로나-19의 공포 속에서 건강을 유지하면서 가족의 끈끈한
유대감으로 각자가 속해 있는 일터에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어찌 말로 표현 할 수 있으랴. 나 스스로도 지치지 않고 정년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소소함에서 행복을 느끼는 시간을 많이많이 가꾸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