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 시인의 말하는 수필 6

수필, 소설

박금선 시인의 말하는 수필 6

소하 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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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금선 시인



나를 속 빼닮은 딸


                  박금선


딸내미가

실밥이 터질듯한

짧은 맘보 치마에

엉덩이를 살랑거린다


"어머니 커피 드세요."


모란꽃이

웃고 있는 하얀 커피잔을

두 손을 모아 조심스럽게 탁자 위에 놓는다


나하고 어울리지 않는 커피잔이다


오늘은 좀 살갑다 명주 고름이다

무슨 좋은 일이 있을까


헤어진 남자 친구가 전화가 왔을까


하루에 열두 마음

그 속마음은 아무도 모른다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오늘은

경상도 옴마가 아니라

서울 어머니다

급수가 한 단계 올랐다


방문을 열어본다


발 빠른

도둑님이 한 판 털고 간 방이다

많이도 꺼내고 헤집어 놓았다


"옴마는 호미랑 몸빼가 딱 체질이다."


늘 엄마를 무시하는 말투

그 말은 참 듣기 싫다


내가

어릴 때 어머니께

한 행동을 딸이 그대로 따라

한다


밖에 나가면

부모 욕 많이 듣게 하는 딸이다


딸내미는

엄마의 거울이라고 했다


엄마 행동을 그대로 쏙 빼

닮는다고 했다


아니다

그 말은  틀린 말이다

나는 어머니와 닮지 않았다


도시락에

보리밥만 퍼 담는다고

소죽통에 뒤엎어 버린 칠월이다


어머니께 참 많이 부끄러운 칠월의 아침이다.




1 Comments
손가 2021.08.26 07:57  
하하
재밌네요~ㅋㄱ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