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의 말하는 수필 7

수필, 소설

박금선의 말하는 수필 7

소하 1 2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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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금선


"야, 이놈의 손아

무슨 놈의 돈으로 천날 만날 입에 껌은 꽉 꽉 

십어 젖히노 "

                                  

아버지가

나한테 한 욕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최고로 센 단골 욕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올라올  때

배둔 끄트머리

삼거리에

편물 점과 빵집을 겸해서 하는 가게가 있었다.

 

그땐 점방이라고 불렀다.


그 집은

우리 월계 여학생들의 단골집이었고


그 옆집

과붓집은 남학생들의 단골집이었다.


돈이

없는 날은 얼마든지

외상을 긋고 꽈배기 찐빵 어묵 등을 먹을 수 있었다.


그때만

해도 나는 간이 좀 컸나 보다.

박금선이라

적힌 외상장부에는

늘 외상값이 제일 많았다.


그 외상값을

갚아내려면 온갖 거짓말을

지어내야만 했다.


나는

주로 참고서를 사야 한다는 거짓말과 가정실습 시간에

사용하는 요리 재룟값을 삥땅을 많이 쳤다.


요리 실습 재료비가 들통 날

확률이 낮고 제일 좋았다.


참고서는

새로 산 거를 보여줘야 할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위험 부담이 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외상값을 갚아 내는 데는 국가 대표급 선수였다.


빵집

아주머니와 딸은 금선이를

참 좋아했다.


왜냐하면

약속한 날짜에 외상값을 잘 갚아 냈기 때문이다.

학이

한 마리 그려져 있고

소나무와 달이 그려져 있는 선학이라고

쓰여있는 커다란 알루미늄 쟁반 위에는

조롱박처럼 생긴 빨간 플라스틱 국물 그릇이 수두룩하게 놓여있었다.


우리

친구들이 학교를 마치고 우하고 몰려서 들어가면 빨간 컵과 국물은 순식간에 동이 나고 만다.

어묵은

겨우 몇 개 먹지는

않고 국물만 축을 내니 주인아주머니는 어떤 때는 눈살을 찌푸리고 짜증을 내셨다.


그런 걸

내 눈으로 보고 느꼈기 때문에 난 어묵 국물에 손이 가지 않았다.


그 집의

빵은 정말 맛이 있었다. 대한민국 일등 가는 빵 맛이었다.


하얀 속살

안에 팥 앙금이 들어 있는 빵 맛은 요즘 유명 브랜드 빵도 따라올 수가 없다고 본다.


실컷 먹고 난 후

작대기 쭉 그어놓고 올 때는 입가심으로

껌 하나 꽉 꽉 십고 집으로 온다.


입에 껌이

있어야 배둔에서 월계까지 십 리 길을 수월 캐 걸어올 수가 있었다.


나는

껌도 한 개는 양이 안 차 2개를 십었다.

풍선껌은 누가 크게 부나 내기를 해 가방을 들어 주기도 했다.


풍선껌이

터져 머리카락에 달라붙어 머리를 자르는 일도 많았다.


십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단물이 덜 빠진 풍선껌은 벽에다 붙여 놓았다가 다음날 십기도 했다.


아버지는

귀에 못이 박이도록

이렇게 말씀하셨다.


다 같은

돈을 주고

배가 부른 빵이나 건빵을 사 먹지 않고 오히려 십으면 십을수록

배가 꺼지는 껌을 사 십는다고 화를 내신 적이 수십 번은  된 거 같다.


하루는

바지게 작대기를 들고 오시길래 아버지 손에

잡히지 않으려고 뒤 곁을

몇 바퀴나 뺑뺑 돈 적도 있다.


아버지는

껌 십는 소릴 젤 듣기 싫어하셨다.


그때만 해도

나는 아버지가 껌 소리를 시끄러워 듣기 싫어하시는 줄 알았다.


지금 가만히 생각하니 알 거 같다.

왜 껌 소리를 그렇게 싫어하셨는지......


그만큼

절약을 안 하고  돈을 헤프게  쓰니 돈을 아끼고 절약하라는 뜻이었는데,

  

아버지 죄송합니다.


맨날

외상 빼기나 긋고 

부모님 등골 휘어지는 줄도 모르고 부잣집 딸처럼 행동했는지

참 부끄럽습니다.


요새는 절대 껌을 십지 않습니다.


싸고

배가 부른 포만감이 있는 1개에 3000원이고 2개에 5000원 하는

노란 강냉이 삼각 부풀린 빵을 자주 사 먹습니다.


많이 부끄러운 밤입니다.

아버지

해가 저무니

명치미 골의 아빠찾는

고라니 울음소리가

구슬프게 들려옵니다.


꿰 에에엑

꿰에에.




1 Comments
손가 2021.08.27 19:05  
옛기억이 새록새록 담겨진 글이네요.
감명깊게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