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의 말하는 수필 8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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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7 20:09
박금선 시인
친구가 훔친 바다
박금선
내 친구는
마산 덕동에서
자고 나면 새벽바람을 가르고 바다를 훔쳐 온다
그물과
통발을 건져 올리며
아침 장을 본다
돔 도다리 장어 게 등
없는 게 없다.
오늘은
상을 푸짐하게
차려 놓았건만
같이 먹어 줄 친구가 없다
동창
밴드에 친구들은
보이지 않고 음식들만
목을 한 자 반이나 빼고
축
늘어져 올라온다
거리 두기 4단계가
원인이다
매가리
150마리로
추어탕을 맛있게 끓여 놓았건만
같이 먹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언제쯤
세상이 좋아질까?
싸늘히
식어가는 추어탕만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숨만 내 쉰다
목 고개를
푹 떨군 채 실눈을 뜨고
앉아 있는 책임감 없는
바다도 원망스럽다
얌전히
목줄에 묶여 있는 배 똥짜바리를 힘껏
걷어찬다
후유.
친구 방귀석 사진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