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의 말하는 수필 8

수필, 소설

박금선의 말하는 수필 8

소하 2 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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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금선 시인



친구가 훔친 바다


                   박금선


내 친구는

마산 덕동에서

자고 나면 새벽바람을 가르고 바다를 훔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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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과

통발을 건져 올리며

아침 장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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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 도다리 장어 게 등

없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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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상을 푸짐하게

차려 놓았건만

같이 먹어 줄 친구가 없다


동창

밴드에 친구들은

보이지 않고 음식들만

목을 한 자 반이나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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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져 올라온다


거리 두기 4단계가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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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가리

150마리로

추어탕을 맛있게 끓여 놓았건만

같이 먹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언제쯤

세상이 좋아질까?


싸늘히

식어가는 추어탕만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숨만 내 쉰다


목 고개를

푹 떨군 채 실눈을 뜨고

앉아 있는 책임감 없는

바다도 원망스럽다


얌전히

목줄에 묶여 있는 배 똥짜바리를 힘껏

걷어찬다


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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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 방귀석 사진 作 




2 Comments
손가 2021.08.27 20:27  
씁쓸함이 묻어나있네요.
얼른 좋아지는 세상이 오길 기도합니다
털털배기 2021.08.27 21:36  
오늘도 수고 하셨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