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호 수필가의 행동문학 기행 1-백령도 기행

수필, 소설

하명호 수필가의 행동문학 기행 1-백령도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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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명호 시인. 수필가 

백령도 기행    하명호(시인. 수필가)


수없이 많은 토의와 점검을 하였는데 거의 일 년여의 오랜 세월 매달 한 번씩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 때마다 고치고

또 다듬어 일정 짜느라 겨우 완성을 하여 큰마음 먹고서 삼십 년 지기 고향 선배님들과의 그동안 벼르고 별러오던

대한민국 먼 서해 끝단에 있다는 백령도의 여행길 행로에 들고자 하니 형형의 색깔 옷들로 방안이 부산하여 옷들로

뒤엉키어 방안 가득하니 정신이 혼란스럽다.


안방 장롱 여닫이문은 닮도록 여닫아 겨우 골라잡아 옷차림새 모양새하고 꺼내어보니 그래도 무척이나 어색하여

나름 요란한 복장 차림새 추렴하고서 내 오늘과 내일 만큼은 모든 걸 내려놓고자 황해도 옹진반도가 지척에

내려다보인다고 하는 백령도로의 목적지로 출발이다.! 이틀간은 집을 비우게 된다. 이른 꼭두새벽부터 부산을

떨어대어 가축들 돌아보고서 소여물에다 닭들 먹이에다 개밥 사료 그득하니 채워놓고 나서는 뒤를 돌아보아

가축들도 아주 모처럼의 우리 주인장 여행 나들잇길 잘 다녀오세요. 하는 거 같아 그래도 우리네 식솔 가축들의

먹이는 충분히 재여 두고서 혹여 가축들이 염려되어 어제와 미리 오래전부터 옆집에 부탁도 건네 놓고 나서야

이제는 뒤도 안 돌아보고서 대문 밖 길모퉁이 돌아 나선다.


모처럼의 외지 여행에 나서는 길이라 집결 장소에 도착하니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사전에 약속 장소로

나와 계시고는 바라보는 얼굴에 표정은 나이가 무색들 하여 화색이 돌고 있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주 오래전

초등학교 소풍 가는 마음 그대로 나타나고 있어 들뜬 기분으로 나와들 계시어 반갑게 이른 아침 인사들 건네

오고서 있었다. 벅찬 가슴 호기심 그대로 머리는 서리가 내린 지 오래라 흰머리 희끗희끗하니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설레는 맘 안고서 그대로 나이들 지긋하여 나이 늙어 어린 소년, 소녀들로 돌아가 있었다. 배 출항 시간을 맞추기

위해 일행들 태운 관광버스 기사는 앞으로 달려나가 버스는 새벽 안개 헤치고 북으로 달려나가니 휴식의 시간도 없다.


연안부두에 도착하니 아침 출항을 앞둔 여객선 부두에는 전국에서 몰려온 외지의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각양의 등산복 차림새하고서 팔도의 사투리들 뒤 섞이어 여기에다 흡사 야외활동복 옷들 전시회를 방불케 하여

도떼기시장이 되어 있었다. 여객선은 정확하게 시간에 맞추어 출항이다. 불어오는 서해의 바다 봄바람은 해풍에

실리어오고서 연안부두 출발한 '하모니 플라워'에 관광객과 승조원들 바삐 갑판을 오가고서 스크루 소리만이

요란스레 돌아가고서 배는 하얀 포물선 물보라 꼬리를 물고서 따라오고서 있었다. 아주 드문 오늘의 기상 날씨에

선상에 흘러나오는 선장의 안내방송 또렷하게 들려오고 오늘 같은 날이 별로 없어 항해하는 데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고 하여 고요하게 흐르는 바다는 오늘도 말이 없고서 수면을 가르는 여객선 엔진 소리만이 정겹게

들려온다.


출발을 한 제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 뱃멀미도 없이 백령도 선착장에 접안을 하여 도착하니 숨 가쁘게 짜인 여정에다

간단히 요기만 하고 나니 빈틈없이 짜인 사전에 연락이 되어 현지에 대기하던 일정표에 따라 운전기사는 절로 신이

난 모양이다. 버스는 굽이진 포장길 따라 돌아가니 손에 닿아 가까이 야산 구릉 언덕에는 녹색의 평원에 위장하여

숨겨 놓은 군용 자주포들 줄지어 빼꼼히 고개만 보일 듯 또 다른 녹색의 대포 총열은 고개만 내밀고서 북녘을 향해

가려진 채 또 다른 국방색 위장복 사이로 숨어서 있어 백령도가 북과 대치하고 있는 게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오고서

있다. 예정된 코스대로 어느 야산으로 올라가니 산이래야. 구릉 정도인데 산꼭대기에 올라 손들어 바라보니 옹진반도

저기에 지척이라 안내원은 인당수가 저기 바라보이는 지척 간에 있다고 하니 그 옛날 심 봉사 줄거리에 심학규와

슬픈 인당수에 어린 효녀 심청의 혼은 저기 바다 위에 드러나 있고 둘러보아 사방은 고요하니 새소리도 잦아들어

오늘은 깊은 정적으로 감싸져 있었다.


굽이진 길 돌아들어 넓은 평야 외길 돌아서 나가니 산 아래 소담스레 이 땅에 처음으로 복음을 전해주었던 그 이전

건물 아래 수백 년을 이어오던 역사 속에 살아 고목 천연기념물 하나가 사료에서 지워져 가고 있는 거 같아 못내

아쉬움으로 다가오니 이는 우리 지난 역사의 산증인 무궁화 나무로서 몇 해 전 태풍 '볼라벤'과  '솔릭'의 강풍에

견디지 못하고 생을 다하였는지 뼈대만이 앙상하게 비탈진 구릉 위 역사 속의 교회 건물 입구 그 자리에 겨우

흔적만을 남기고 서 있다.


비포장 길을지나 늘어진 길을 따라 서해의 해풍을 맞고서 녹색의 푸른 꿈이 보인다. 이어지는 안내원은 이곳에서는

유일한 다리 30m 백령대교라 하고는 이 길을 지나다 농심이 깃들어 넓은 들을지나 현지에서는 아우토반 길을 달려나간다.

높이 솟은 화강석 돌탑은 서해 최북단 이정표가 되어 만난다.


분단의 71년!

공산주의 이념과 체제를 멀리하고 오직 자유로의 길로 넘어와 온 겨레 함께 손잡고 금수강산 이루어 내어 꿈에도

그리운 북녘의 장산곶 저기 보이는데 손에 잡힐 듯 안내원은 빨갛게 익어가는 이어지는 사리원 사과에 대한 설명을

곁들어가고 우리 모두의 염원을 담아 통일의 길로 남과 북은 하나로 나가야 한다는 걸 느끼게 한다.


가고 싶어도 못 가는 바다 물길 가로막아 임진강에서 흐르는 민물과 바다가 합쳐지니 참게와 영양덩어리 장어와

활복 계들 지천이라 넘쳐난다고 한다. 사곶 해변에 다다라 앙증스레 까만 몽돌은 자연이 만들어낸 천연의 멋으로

보이고 해변에 백사장은 돌덩이 깔아놓은 듯 단단하여 비행기도 착륙하다 한다. 해가 되면 또다시 돌아오는 시계추

일상에서 그래도 하루는 저물어 간다.


짙어가는 저녁 저 멀리 추억을 간직하라는 듯하고는 까만 모래 백사장에는 인적도 끊기어져 넘어가는 서해안 석양의

해는 더욱 빛나는 자태로 다가오고서 있어 황홀하니 천국을 여기에 옮겨 둔 듯하여서 있고 석양 노을 넘어가는 해변에는

갈매기들 저의 집 찾아 가버리고 솔밭 길을 걸어가며 인적마저 뜸하여 이방인들 지친 목을 축이러 해변에 한 집만이

외로이 불 밝힌 포장마차에 이름 알아 무엇 하리요. 토속주 막걸리 한 대접으로 넘어가는 석양에다 불에 그을려 입 벌린

조개들 함께 안주 삼아 입으로 가져간다.


이 저녁 붉게 물감들인 서해안 낙조는 예술 작품 뽐내어 두고서 떨어지지 않는 발자취 남겨두고파 외지 손님들 가는

길에 외발로 서 있어 긴 다리하고는 재두루미 한 쌍 깜장의 굵은 눈망울 굴리며 끝머리 넓은 들판 저 너머 손짓하며

마중을 하고서 기다리고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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