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의 말하는 수필 9

수필, 소설

박금선의 말하는 수필 9

소하 3 2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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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금선 시인



부조금


            박금선


"큰 오빠,

선주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코로나 땜에 참석은 못해도

부조는 해야지예."


"뭔 소리 하노?


저들은

옴마 아부지

세상 베렸을 때고

길 흉사 때 한 번도 온 적 없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선주는

바로 내 세 살 위의 오빠

아들이다


오빠는 몇십 년 전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큰 오빠는

모서리가 허옇게 바래진 늙은 장부 몇 권을

꺼내셨다


어디에도

선주 장모 쪽

이름은 없었다


형편이

어려워 못 왔을 수 있다.


그 사돈

할머니 늘 가난으로

외롭게 살다 가셨다


"장부에 이름은 없어도

선주를 봐서라도 하는 게

원칙입니더,"


두 달 전

뇌출혈에서 저 세상을 갔다가 다시

살아난 올케가 말한다


"니는

별 시린 데다가 신경을

다 쓴다 할 일이 그리 없나."


큰 눈이

빠질 듯이 팽글팽글

눈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고함을 지르니

추녀 끝 청색

기왓장이 달싹달싹한다


숨이 멎을 거 같다


입에서

마른침이 튕겨 내 입술에

달라붙는다


의사가

할머니는 운이 좋아

죽었다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났다고


몸에 좋은 거 많이 드시고

일은 좀 줄이라고

했건만


그놈의

성질머리는 그대로 되살아나

힘이 더 세졌다


올케가 말 세 마디를 하면

나는 한마디는 했다


그래도

그 올케 내가 여덟 살 때

시집와 날 키웠다


부모 맞잡이다


성질은

좀 급해도 인정은 있다

잠시 그때뿐이다

한 5분간만 참으면 된다


집에 왔다

영 마음이 안 편타


전화가 온다


"여보세요 손실이가?

참기름 두 되 짜 놓았다

가져가거라

미선이

1되 주고 손실이 니 1되 해라."


"응 알았다 토요일 가 가꺼마."


"그라고,

너그 오빠가 선주 장모 부의금

봉투에 10 만원 딱 넣어 놨다이."


금세 목소리가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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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금선 사진 作 




3 Comments
불비불명 2021.08.28 19:22  
털털배기 2021.08.28 19:47  
좋은 주말 보내세요
손가 2021.08.28 19:59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