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의 말하는 수필 9
박금선 시인
부조금
박금선
"큰 오빠,
선주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코로나 땜에 참석은 못해도
부조는 해야지예."
"뭔 소리 하노?
저들은
옴마 아부지
세상 베렸을 때고
길 흉사 때 한 번도 온 적 없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선주는
바로 내 세 살 위의 오빠
아들이다
오빠는 몇십 년 전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큰 오빠는
모서리가 허옇게 바래진 늙은 장부 몇 권을
꺼내셨다
어디에도
선주 장모 쪽
이름은 없었다
형편이
어려워 못 왔을 수 있다.
그 사돈
할머니 늘 가난으로
외롭게 살다 가셨다
"장부에 이름은 없어도
선주를 봐서라도 하는 게
원칙입니더,"
두 달 전
뇌출혈에서 저 세상을 갔다가 다시
살아난 올케가 말한다
"니는
별 시린 데다가 신경을
다 쓴다 할 일이 그리 없나."
큰 눈이
빠질 듯이 팽글팽글
눈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고함을 지르니
추녀 끝 청색
기왓장이 달싹달싹한다
숨이 멎을 거 같다
입에서
마른침이 튕겨 내 입술에
달라붙는다
의사가
할머니는 운이 좋아
죽었다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났다고
몸에 좋은 거 많이 드시고
일은 좀 줄이라고
했건만
그놈의
성질머리는 그대로 되살아나
힘이 더 세졌다
올케가 말 세 마디를 하면
나는 한마디는 했다
그래도
그 올케 내가 여덟 살 때
시집와 날 키웠다
부모 맞잡이다
성질은
좀 급해도 인정은 있다
잠시 그때뿐이다
한 5분간만 참으면 된다
집에 왔다
영 마음이 안 편타
전화가 온다
"여보세요 손실이가?
참기름 두 되 짜 놓았다
가져가거라
미선이
1되 주고 손실이 니 1되 해라."
"응 알았다 토요일 가 가꺼마."
"그라고,
너그 오빠가 선주 장모 부의금
봉투에 10 만원 딱 넣어 놨다이."
금세 목소리가 밝아졌다.
박금선 사진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