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의 말하는 수필 10
소하
0
2394
2021.08.29 21:56
박금선 시인
승주야
박금선
승주야
포르르
나르는 비둘기 가방을
둘러메고 신이 나 깡충깡충 뛰었지
우체부
아저씨가 되었다고
온 동네를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삥 돌았지
빨간 우체통만
보면 네가 달려 올거 같구나
쌍꺼풀 눈이
유난히 크고 반짝거렸던
승주야
웃담
감나무밭에
무쇠솥 걸어 놓고
이장 집
미나리 뽑아
성재와 친구들 불러 모아
밤새도록
삼겹살 구워 먹자던 그 약속
아랑곳 없이
오늘같이
추운 날 목도리도 없이
훨훨 날아갔구나
올해 들어
제일 추운 날
산에는 뭐하러 갔더니
코흘리개
친구들 곗날에
보릿고개, 를 가수 진성보다
더
애달프고 구성지게 잘 불렀지
그날이 마지막 날이었구나
추녀 밑에는
차곡차곡 쌓인
참나무 장작이 눈썹에 뽀얀 먼지를 이고 앉아있구나
고기는
참나무에 구워야 맛있다고
그랬지
감나무에
목이 멘 백구는
온종일 목이 빠지게
너를 찾아 짖어 대는구나
승주야
큰 골이 운다
명치미 골이 운다
늙은 감나무
목을 빼고
주인을 기다린다
뒷방 골에
올빼미 바람이 분다
승주야
삭정이 부러지는
울음소리 들리니
뚝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