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의 말하는 수필 10

수필, 소설

박금선의 말하는 수필 10

소하 0 2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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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금선 시인

승주야


    박금선


승주야


포르르

나르는 비둘기 가방을

둘러메고 신이 나 깡충깡충 뛰었지


우체부

아저씨가 되었다고

온 동네를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삥 돌았지


빨간 우체통만

보면 네가 달려 올거 같구나


쌍꺼풀 눈이

유난히 크고 반짝거렸던

승주야


웃담

감나무밭에

무쇠솥 걸어 놓고


이장 집

미나리 뽑아

성재와 친구들 불러 모아

밤새도록

삼겹살 구워 먹자던 그 약속


아랑곳 없이


오늘같이

추운 날 목도리도 없이

훨훨 날아갔구나


올해 들어

제일 추운 날

산에는 뭐하러 갔더니


코흘리개

친구들 곗날에

보릿고개, 를 가수 진성보다


애달프고 구성지게 잘 불렀지


그날이 마지막 날이었구나


추녀 밑에는

차곡차곡 쌓인

참나무 장작이 눈썹에 뽀얀 먼지를 이고 앉아있구나


고기는

참나무에 구워야 맛있다고

그랬지


감나무에

목이 멘 백구는

온종일 목이 빠지게

너를 찾아 짖어 대는구나


승주야

큰 골이 운다

명치미 골이 운다


늙은 감나무

목을 빼고

주인을 기다린다


뒷방 골에

올빼미 바람이 분다


승주야

삭정이 부러지는

울음소리 들리니


뚝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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