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의 사랑 에세이 1

수필, 소설

민병식의 사랑 에세이 1

제임스 0 402

2020 제3회 광수문학상 공모전 일반부 산문 동상 수상작


[에세이] 공생(共生)과 이타심(利他心)

민병식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는 밥을 퍼 주실 때 한 주걱 푸면 정이 안 붙는다고 꼭 두 주걱 이상을 퍼주셨고, 다리를 떨면 복이 나간다, 밤에 휘파람을 불면 뱀이 나온다 등의 말씀을 하셨는데 거기에 덧붙여 그리마를 돈 벌레라고 하여 돈이 들어오는 벌레라고 하시며 절대 죽이지  못하게 하셨다. 다리  수가 많아 징그러움의 선두를 달리는 놈, 그런데 이 녀석이 집안에 있는 바퀴벌레 알을 모두 먹어 치워 바퀴벌레의 천적이라고 불린다는 사실을 안지는 얼마 안되었다.  


그리마는 왜 돈 벌레일까. 찾아보니 따뜻한 곳을 좋아해서 옛날에 추위에 떨지 않고 불을 팍팍 때고 사는 집, 경제적으로 윤택한 집에 그리마가 많았던 것인데  구전으로 이어져 내려오면서 돈을 불러오는 벌레라는 속설이 굳어졌다고 한다. 결국 속설일 뿐이고 실체는 없으나 어머니의 세뇌 교육에 따라 나는 지금까지도 돈을 가져다 주는 벌레라고 생각하고 죽여본 일이 없다. 이 징그러운 녀석과 어렸을 때부터 공생을 해왔고 나중에 인간에게 유익한 익충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잘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녀석의 갑작스런 출몰이 주는 혐오감도 있으나 가끔 거실 구석이나 화장실 등지에서 그리마를 마주칠지라도 그저 갈 길을 갈 수 있도록 피해주는 편이다. 

애완용으로 키우거나 먹이를 주는 등 적극 보호는 못해도 오랫동안 돈 벌레와 공생 해왔기에 이 아이가 너무 많아도 징그럽지만 한 마리라도 보이지 않으면 혹시 내가 금전 운이 없나, 가난해 지려나 이런 생각 들을 해 본 적이 있으니 고정관념이 삶에 미치는 영향에 어이가 없기도 하다.

함께 산다는 것은 그 대상이 누구이든지 쉽지 않다. 집이든 회사든 온라인 상이든 인간끼리의 공생을 위해서도 그렇고  인간이 아닌 동물이나 식물 등 다른 생물체와의 공생을 하기 위해서도 일정량의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  내 이기심의 발로는 다른 개체의 생활을 방해하고 피해를 줄 수 있다.  지구에 사는 우리가 번성을 위해 선택한 과학이 지금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  요인이 되었듯이 어떤 대상이건 늘 그런 것은 아닐지라도 내 쪽에서 양보를 할 때도 있어야하고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영역도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본다.


바퀴 벌레같은 경우는 나의 건강에 대해 피해를 주는 분명한 해충이므로 제거를 해야겠지만 그리마같은 경우는 그 공존 조건이 내가 사는 공간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어떤 측면에서 보면 내게도 유익을 주는 면도 있기에 신발장 밑을 향해 수십 개의 발을  발발거리며 달려갈때 뛰어가서 슬라이딩으로 잡지 않는 정도의 여유는 두려고 한다. 아파트 베란다 천정 구석에 슬그머니 자리 잡고 있는 거미도 내 머리 위에 거미줄을 치지 않는 한 난 그들과 공생을 할 생각이다. 서로 특별히 간섭하지 않으면서, 그럭저럭 한 집에서 지내는  나와 돈 벌레, 거미는 지금 공생 하는 중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학교에서 든 직장에서 든 온라인에서 든 잘 하는 사람도 있고 못하는 사람도 있고 서투른 사람도 있다. 바퀴 벌레같은 사악함이 있다면 모르겠으나 마찰이 있고 부족함이 있을지라도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 그리고 양보, 품어주는 마음 들이 있다면 좀 더 따뜻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점점 날은 추워지고 빨간 전기 난로가 그리워지는 계절에 우리의 마음이  타인에게 늘 말없이 베푸는 난로처럼 따뜻한 마음을 갖는 공생의 일상이면 좋겠다. 자신을 희생하여 타인의 목숨을 구하는 사람을 무리는 의인이라고 부른다. 코로나 19로 목숨을 걸고 환자를 돌보고 치료하는 의료진이 바로 이타심의 본보기이겠다. 개인주의로 위장된 이기주의가 가치 체계의 구성 원리로 기능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는 자신을 위해 타인을 희생 시키는 일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타인을 위한 자신의 희생은 거리끼며 피하고 있지 않은지, '나하나 쯤 어때' 라는 이기심으로 공생의 의미를 아예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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