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의 사랑 에세이 8

수필, 소설

민병식의 사랑 에세이 8

제임스 0 324

2020 직지사랑 전국 백일장 산문 부문 장려상 수상작


[에세이] 직지(直指)의 진정한 의미
민병식

기록은 과거의 산물이자 현재를 이어주는 기억의 사다리이다. 주말에 책꽃이와 사물함 정리를 하다 보니 초등학생 시절 받은 상장과 중. 고등학교 때 사진 몇 장, 중학교 시절 일기장, 군대 시절의 사진과 최근 몇 년 전 쓰던 usb가 작은 상자에 담겨 있었다.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데 초등학교 때 받은 우등 상장, 초등학교 3학년 때 받은 엄마 얼굴 그리기대회 입선 상장을 보니 감회가 새로울 뿐만 아니라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생생히 기억이 난다. 우등 상장을 탈 때에는 년 말에 학교 운동장에서 교장 선생님이 직접 단상에서 시상을 하셨는데 2학년 시상식 때 내 이름을 호명하였는데 짝꿍과 떠들다가 단상으로 가지 않아 담임선생님께 혼이 났던 기억, 3학년 때 엄마 얼굴 그리기에서 입선을 하였을 때 아주 솔직하게 표현했다고 한 심사평 등 담임 선생님 들의 성함까지 기억나면서 내 어린 시절의 한 장면 장면들이 하나의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지나갔다.

중학교 시절에는 학교에서 일기장을 일괄 적으로 나누어 주고 일주일에 한번 담임 선생님께서 답 글을 달아주시곤 하였는데 1학년 때 일기장만 남아 있었던 이유는 2.3학년 때는 대충 쓰거나 먼저 썼던 것을 베껴 쓴 검사용 이었고 1학년 때는 매일 매일 썼던 터라 진실이라고 판단하고 그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린 것이 생각이 났다. 지금은 아주 먼 과거의 일들이지만 초등학생, 중학생 당시의 상황들이 또렷이 기억나는 것을 보니 기록은 기억을 되살려 과거를 현재로 옮겨다 주는 타임머신 같은 존재처럼 느껴졌다. 태어나서 부터 지금까지 내게 일어났던 일들과 느낌, 감정과 생각 들이 모여 현재의 나를 만들었지만 정작 현재의 나는 그때의 전부를 떠올리지 못한다. 사진, 일기장 등이 없었더라면 나의 기억 회로는 무엇으로 과거를 회상하고 찾아갈까. 글이든 사진이든 작은 메모든 무엇이든지 기록으로 남기고 기억하는 것이 참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많은 세계기록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삼척동자도 아는 훈민정음, 세계 인쇄문화의 최고봉 직지 심경, 세계 최고의 목판본이자 불교 문화의 상징인팔만대장경, 임진왜란의 생생한 기록 난중 일기 등 소중한 국보 급 보물들이 가득하다. 이러한 유산들은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뛰어남을 증명하는 증거물이며 기록물임과 동시에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문화유산 들이다.

그중에서도 인쇄술을 대표하는 에서 '직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직지는 구텐베르크보다 68년 앞선,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된 세계 최초 금속 활자이다.

“금속활자는 한국이 세계 최초로 발명하고 사용했지만, 인류 문화사에 영향력을 미친 것은 독일의 금속활자이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1997년 베를린에서 열린 G7 회담에서 한 말이다. 그의 간단한 이 말 한마디는 우리의 상식을 뒤엎는 엄청난 것이었는데, 유네스코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한 직지는 고려 말에 국사를 지낸 백운 경한 스님이 지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이란 긴 제목의 책을 그의 사후에 제자들이 금속활자로 인쇄한 것이다. 상하 두 권으로 된 직지 하권 마지막 장에 “1377년 7월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 활자로 인쇄했다”는 글자가 찍혀 있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앞선다는 것을 명확히 알려주는 문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와 독일 및 유럽인들은'직지'가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로 인쇄한 성서보다 더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라는 사실을 무시하고 철저히 부인해 왔으나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박병선 박사가 '직지'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임을 입증했고, 유네스코도 2001년 9월 세계기록문화 유산으로 등재했다.

인쇄의 전제가 되는 제지술이 동아시아에서 서양으로 전파되었고 화투, 지폐, 서적 등 일련의 인쇄물이 유럽으로 건너가 확산됐으며, 활자조판기술에 대한 지식이 중국에 왔다 간 수많은 유럽인들에 의해 보고되었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본 무주정광다라니경, 751년)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인쇄술의 선진국이었다. 인쇄의 기반이 되는 조선의 제지술과 교육수준도 당시 세계 제일이었다. 중국에서 개발된 활판 인쇄술을 받아들여 우리의 장인 정신으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술을 만들어 내고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인쇄본 '직지'를 보유하게 된 것 문명의 살아있는 예인 것이다. 컴퓨터를 활용한 출판이라는 방법이 있기 까지는 천 년 전의 금속활자 주조 방법을 토대로 출판이 이루어졌으니 금속활자 발명이야말로 정보화의 기틀을 마련한 획기적인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적 정보 혁명을 우리 민족이 이루어 냈다는 사실과 그 정보를 시공을 초월하여 전달할 방법으로 문자를 고안하고, 인쇄 기술을 낳았을 것이다. 


금속 활자는 한국 사회의 정신 화를 발전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활자의 발명으로 높은 신분 뿐만 아니라 평민들도 지식과 정보를 인쇄 기술을 통해 대중화하였다, 바로 한글이 창제 됨으로써 양반들만 누리던 한자를 한글로 대체하는 효과를 가져 면서 평민들이 글자를 사용하게 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 온 것이다. 바로 시대를 발전하는 패러다임이었다. 인쇄술은 고려 불교 문화와 조선 성리학의 사상적 흐름을 더울 발전 시켰고 이는 한국의 정신이 되었다. 한국은 무구정광대다라니경부터 직지까지 또 훈민정음을 통해서 어떤 다른 나라들보다 고유한 사상과 문화를 발전시켜왔고 대중화 시켜왔다.

결국, 언어라는 1차 적 혁명에 이서 훈민정음은 문자의 혁명을 불렀고, 직지는 인쇄술의 혁명을 가져왔다. 그만큼 직지가 훌륭하고 가치 있는 우리의 문화유산이라는 뜻이다. 이 두 가지가 없었다면 오늘 날 어찌 편하게 글을 쓰고 읽고, 책을 펼칠 수 있었을까, 인쇄 기술이 중국에서 부터 시작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인쇄술을 발전시켜 오늘날의 금속 활자에 이른 것은 우리나라다. 당연히 우리나라의 특성과 자부심이 깃들어있는 진정한 국가 브랜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바로 직지가 그 선봉에 서있다. 한국의 핵심,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최초 금속 활자의 나라, 직지의 나라, 필사에 의해 전해지던 유럽보다 훨씬 더 일찍 인쇄라는 고급 기술을 통해 우리의 정체성과 문화적 전통을 전달했던 정신이 살아있는 나라라는 것이 바로 한국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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