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의 사랑 에세이 9

수필, 소설

민병식의 사랑 에세이 9

제임스 0 269

2021 부산시민예술제 산문 부문 장려상 수상작


[여행에세이] 감천(甘川)에 가고 싶다.

민병식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해양 도시는 부산임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부산의 명소를 꼽으라면 해운대, 광안리, 태종대, 용두산 공원, 자갈치 시장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부산에 연고도 없지만 부산에 가끔 여행을 가는데 그만큼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바다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것이다. 지금은  KTX가 있어서 당일치기 코스로도 충분히 가능할 정도로 편리해 최근에는 부산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나 가보지 않았던 곳을 가려고 하는 편이다.  부산이 해양도시라고 해서 꼭 바다와 관련된 명소만 있다고 생각하면 잘못된 판단이다. 물론 부산 어디에 서든지 바다를 가까이 할 수 있지만 코발트 색으로 칠한 잔잔한 바다 같은 육지의 모습도 있다.  바로 부산 사하구 감천마을이다.


옛 말에 지성(至性)이면 감천(感天)이다라는 말이 있다.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동한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지 정성을 다하면 어려운 일도 이룰 수 있다는 뜻인데 정성을 들여 가꾼 부산의 감천(甘川) 마을의 아름다움에 하늘도 감동받지 않았을까.


산비탈에 파랑, 분홍, 하늘 색으로 채색된 그림 같은 집들이 즐비하게 모여있는 곳, 천천히 하나 하나 들여다보면 무두 똑같은 것 같으면서도 제각기 다른 매력이 있는  평온한 마을의 모습은 지중해 산토리니 마을처럼 이국적이면서도 잔잔한 매력이 있다. 


감천 마을은 1950년 대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모여서  이룬 판자촌이 그 시초였다고 하며, 아직도 그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 작은 집들의 색깔을 파스텔 톤으로 칠하여 아기자기한 맛과 동화 속 마을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지금은 부산의 가볼만한 명소가 되어 관광객이 많이 찾는데 한 해  십만 명이 넘게 방문한다고 하니 진짜 어마어마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달동네 마을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산의 어떤 교수님께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마을 미술 프로젝트에 감천마을을 응모한 뒤 선정되어 상금 9천만원으로 마추픽추사업, 미로미로 골목길 프로젝트 등의 사업으로 벽화그리기, 미술품 설치, 환경조성 사업 들을 시작하였는데 이것이 출발점이 되어 지금의 감천 마을을 탄생시킨 것이라고 한다.


감천 문화 마을의 입구에는 감돌이가 서있다. 이때부터 조형물을 비롯한 미술 작품을 보는 것으로  투어가 시작되는데 하나 하나 빠뜨리고 갈만큼 허투로 만들어 진 것이 없다. 지나는 곳마다 각기 다른 작가들이 그려 놓은 벽화가 감성을 자극하고 중간 중간에는 갤러리가 있어 우리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우리나라 사람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상당 수 있어서 한국 전쟁 당시의 생활 상이나 그때당시의 관련 사진 유품등이 조금만 더 보충 된다면  글로벌 문화 유산 뿐만 아니라 역사 유적지로도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동네 골목길을 걷는 듯 하늘 마루 가는 길을 올라가다 보면 감천 문화 마을 전체가 보이고 부산의 바다가 보인다. 바로 이 장소에 느린 우체통이 있다. 일반 우체통과 느린 우체통이 나란히 있는데 느린 우체통에 넣은 편지를 넣으면 1년 후에 받아볼 수 있다.

그곳에 느린우체통이 있는 이유는 뭘까? 늘 시간에 쫒기고 조급한 현대의 삶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고 내가 쓴 편지를  1년 후에 받아봄으로써 그 때의 추억을 되새기며 한 발자국 물러서서 스스로를 바라보고 여유를 찾으라는 것 아닐까 한다.



마음을 쉬려고 감천 마을을 찾았었는데 볼거리, 먹거리가 너무 많다 보니 이것 저것 다 보고 싶은 욕심에 사방 팔방으로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결국 바쁘기만 하고, 여러 곳을 수박 겉핧기 식으로 돌았을 뿐 겉모습과 인사만 하고 함께 호흡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약 1년 후면 나에게 편지가 도착할 것이다. 1년 후에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어떤 모습일지, 조금 더 여유롭고 관조적인 삶을 꿈꾸고 있을지 아니면 늘 그래왔던 것처럼 허덕거리면서 바쁘게 세상을  뛰어다니고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그래도 그동안 힘들었을 나를 위로하면서 앞으로는 조금 더 여유로운 모습을 바라면서 쓴 편지는 내가 힘들고 외로울 때 위안으로 다가올 것이다


 ''힘들지? 너무 앞만 보고 뛰지마, 가끔은 골목길 돌 의자에 걸터 앉아 푸른 바다와 바라보고 하얀 구름이 흐르는 하늘도 한 번 보고, 목도 축이고 해, 지금도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꺼야!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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