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의 말하는 수필 17

수필, 소설

박금선의 말하는 수필 17

소하 0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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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금선 시인



소금 포대


                    박금선


오랜만에

멸치 젓갈을 사러

식자재 마트를 갔다


카트가 빼곡히 줄을 섰다


그중에

눈빛이 살아 있고

제일 멀쩡한 놈을 콕 찍어 끄집어냈다


입구에

진열된 소독제를

내 손에 넉넉하게 뿌리고

카트 손잡이도 골고루 꼼꼼하게 뿌렸다


멸치 젓갈 30킬로

천일염 한 포대

락스도 한 말을 실었다


마산에서

제일 높은 무학산

키 높이만 한 뻥튀기도 한 포대

를 실었다


콩나물은 한 상자에 4,000원 어찌나 싼지

숨도 한 번 쉬지 않고 실었다


이것저것 

주워 담다 보니 카트에 고봉이 되었다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참 좋았다


만난 고기 마냥 이것저것 고르는 재미로 내 눈은 더 크게 뜨였다


계산을 하려고 계산대로 갔다

난데없이 소리가 나

뒤돌아봤다


" 이 여자가 눈을 집에다 쳐

     박아 두고  다니나

        감고  다니나. "


나보다

두세 살 많게 보이는 아주머니가 나를 보고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나는 얼른


" 아이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하고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머리를 몇 번이나  숙이며  사과를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주먹만 한

링 귀걸이는

찰랑찰랑 더 많이 흔들거렸다


아주 센 아주머니였다


왜냐면,

내가 몰고 가던 소금 포대가 아줌마 엉덩이를 살짝 건드렸기 때문이다


느꼈지만, 마트에 있는

카트 바퀴는 내가 가고자 하는 반대 방향으로 바퀴가 굴러갔다


리어카 1급 기사다


시골에서

선 머슴처럼 리어카를  많이 끌고 살았기 때문에

리어카 자격증이 있다


카트 운전만은 자신이 있다


옆에는 힘이 센 조수가 있지만

따라만 다닌다


늘 내가 카트 운전수다


짜증이 났다

그래도 입가에는 엷은 웃음을 띠고 마음을 다독이고 조절을 잘했다


아주머니는

틀림없이  아들이나 딸들이 고시에 합격하여 판사나 변호사이지 싶다


아니면

대학교수나

중소기업 사장이나 높은 자리에

앉아 있으며 용돈도 자주

드리며 출세를 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한 나는

무조건 엎드리고 고개를 숙여야 한다


30여 년 전의

우리 어머니들이 자식들이 고가 잘 풀리면

남을 무시하고

좀 잘난체하는 모습을

보는 듯했다


오늘은

몹시 나쁜  어머니를 만났다

요즘은 그런 어머니들이 찾아보기 힘들다


아니다

그 아주머니 잘못이 아니다


코로나 세상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다


남의

물건이나 몸이 닿으면

찝찝하고 불길한 예감이 든다


같이

장을 보러 간 아저씨가

한마디 한다


"당신  요새 성질 다 죽었데 잘 참데."


하며 피식 웃었다.


아직도

그 아주머니 미간에

세로로 깊게 파인  일자 주름, 서슬이 시퍼런 도끼눈,


파르르

뜨는 검푸른 빛을 띤 입술,

기세등등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주머니 죄송합니다


오늘은 검은 날이다

국기 봉에서 한 폭을 내려서

조기를 단다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나만의 국경일이다.


원한의 소금 포대를 본다


겸연쩍은

얼굴로 작은 눈들이 웃는다


하얀 이로 웃는다 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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