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필택 시인의 경수필 1

수필, 소설

염필택 시인의 경수필 1

소하 0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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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필택 사진 作



계란 후라이라도 얻어먹으려면...


                            栗田 염필택


얼마 전 소위 철밥통이라 회자하던 교사 생활 40년을 마치고 정년 퇴임하였다.

다행이라면 다행, 비정규직에 가까운 6개월짜리 기간제 교사에 곧바로 채용되어

급변한 환경조건에 적응하려 노력하려니 나름 힘들다.

혹여 자리가 나면 또 채용 기회를 잡아야 하겠기에 더한층 노력을 다해

평이 좋아야 하는 비정규직의 비애를 온몸으로 겪는 중이다.


그러나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고 돈벌이가 목적이 아니라 가르치는 것에

미련이 남아 내가 선택한 길이니 소소한 행복도 잔잔히 흐르고 있음을 밝혀 둔다.


또한 남자 나이 육십이 넘으면 능력도, 외모도 제로베이스라는데 마눌님 지시에 따라서 가라면 가고,

오라면 와야 하는 처지에 약 2년간을 홀아비 생활을 시키더니 초라니 방정이 들었는지 느닷없는

이삿짐 싸서 오라는 마눌님의 엄명(?)을 받자와 이사하느라 정신없는 주말을 보내고 나니

오랜만에 마눌이 차려주는 밥상으로 뱃가죽이 든든해지며 이제야 교정에 스며든 가을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하는 게 아니라 달걀이라도 생긴다니 마누라 말을

잘 들어야 노후가 편하고 계란 후라이라도 얻어먹으리….^^

가을 교정에서 다가올 겨울 앞에 노후를 맞는 꽃들이

마지막 기염을 토하는 것 같은 자지러질 자태가 이심전심 더 정겹다 못해 측은하게 느껴진다.


일식(一食)이는 가을 하늘이 참 맑고 푸르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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