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현 시인의 마음이 걷는 수필 3

수필, 소설

조용현 시인의 마음이 걷는 수필 3

소하 0 270

5f32d10a2d862169fc33307fda684d7a_1632021581_34.png


짜장면 한 그릇


              조용현



"짜장면 하나 주세요" 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기 나왔습니다" 하면서 탁 소리와 함께 옴팍한 그릇에

 가득 담긴 짜장면과 노란 단무지 몇 쪽이 금세 눈앞에 놓였습니다.


단무지에 식초를 약간 치고 검붉은 짜장이 덮인 면발 위에

고춧가루도 팍팍 뿌려서 골고루 섞으면서 나도 모르게 입에서 침이 꼴딱 넘어갔습니다.


배가 몹시 고팠는지, 수저통에 든 젓가락을 들고 숨 쉴 여유도 없이

게걸스럽게 입으로 집어넣다 보니, 주렸던 배는 불러오고 그릇은 벌써 바닥이 보이었지요.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이 비우고 난 뒤 점심 값 오천 원을 지불하고

시계를 들여 다 보니 겨우 십여 분도 안 돼서 후딱 먹어버렸지 뭐예요.


이른 새벽부터 집을 나와서 이리 뛰고 저리 뛰다, 어느덧 오전 시간이 지나고

늦은  점심을 먹었으니 오랜만에 먹은 짜장면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 서민들하고 아주 가깝게 친숙해진 짜장면은

예전에는 먹고 싶어도 마음 놓고 아무 때나 먹을 수 없는 음식이었지요.


졸업식 날이나 아니면, 가족끼리 외식이라도 하는 날이면 맛을 볼 수가 있었는데.

그렇다고 아주 고급스러운 먹거리도 아니었는데 그랬었지요.


매일같이 삼시 세끼 주식으로 찾아 먹는 음식도 아니었는데 그땐,

우리네 호주머니 사정이 요즘같이 넉넉하지 못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요즘에 배달 음식, 하면 누가 뭐래도 짜장면을 빼놓을 수 없지요.

각, 가정에서나 업무를 보는 산업 현장에서

또는 농촌 들녘에서도 바쁜 시간에 간편히 해결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므로 가장 알맞은 먹거리가 된 것 같습니다.


이렇듯 바쁜 나날의 생활 속에서도 맛있는 면 몇 젓가락으로

잠시 한숨을 돌리고 그날의 하루는,

 다시 오후 일정으로 빨려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