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의 사랑 에세이 11

수필, 소설

민병식의 사랑 에세이 11

제임스 0 265

2020 제1회 詩詩한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에세이] 멍때리기의 미학
민병식

'멍 때리기'란 말이있다 조금 순화해서 표현하면 '넋 놓기'라고 하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한 곳을 응시하거나 촛점 없는 눈으로 일정 방향을 바라보며 바보처럼 가만히 있는 것이다. 이 멍 때리기가 유행처럼 번져서 몇년 전부터는 서울, 인천, 대구 등지
에서 멍 때리기 대회까지 열렸다고 하는데 수십 명 수백 명이 참가 할 정도로 인기가 높을 뿐만 아니라 엄격한 심사를 하기로도 유명 하다. 심사 기준은 예술점수 부문과 기술 점수 부문으로 나누고 예술 점수는 관객 투표로 얼마 멋진 포즈를 멍을 때리는가 등을 평가하고, 예술점수 10위안에 들은 선수들 중 심박수를 체크를 하여 가장 일정한 심박수를 유지하는 참가자가 1등이 된다고 하니 마치 체조나 피겨 스케이팅 대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식을 접하고나서 멍 때리기가 무엇인지, 해보면 어떨지 에 대한 궁금증으로 나도 한 번 따라해보았다. 일단 거실에 메트리스를 깔고 아파트 베란다 창문 쪽을 바라본다. 최대한 멍때리기 대회에 나온 선수들과 비슷하게 가장 편안한 자세를 잡고 아무 생각 없기를 약 3분 정도, 좀이 쑤시고 몸이 근질근질하다. 주의력 부족인지 약 5분정도가 지나자 슬슬 짜증이 밀려온다.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왜 이걸 해야하는건가?''

이런 생각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면서 바로 포기를 해버렸다.

두 눈은 바깥 세상을 쳐다보고 있으나 머릿 속은 복잡하다. 고요한 산사의 스님이 면벽 수행을 하거나, 사진 에서나 봄직한 비쩍 마른 인도의 철학자가 길거리에서 요가 명상을 하는 기분이랄까? 세속의 찌든 때를 벗지 못한 나로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고난위 도의 도전이었다.

사색을 하면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고 뇌가 튼튼해 진다는데 쉬기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듯이 인간의 뇌도 쉬기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고 한다. 즉, 뇌가 쉬는 시간이 멍 때리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멍을 때리는 중 가늠할 수 없는 일정의 시간이 지나면 머리가 맑아지고 무아지경 의 세계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눈은 게슴츠레 풀려 바보스럽고, 입은 약간 벌어지면서 고개가 틀어진 상태로 나를 비워내는 움직임과 말이 없는 동작이 계속되어야 한다. 


예전 같으면 멍 때리고 가만히 있는 사람을 보면 넋이 나갔다고 하면서 뒤통수를 한 대 치며 정신 차리라고 했을 것 같은데 요즘은 정신을 놓기 위해서 멍 때리기를 한단다. 멍 때리기가 유행하고 대회까지 여러 해 계속 열리는 것을 보면 사회적으로 진정한 휴식이 필요함을 반증 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다. 지친 몸을 쉬게 하는 것도 휴식이겠으나 늘 우리는 산더미 같은 일과 싸우고 있고 업무를 마치고 나서도 다른 여러가지 일상의 문제를 걱정 하며 생각과 씨름을 한다. 바로 끝없이 일을 하고 있는 뇌를 정신 의 이완을 통해 쉬게 하는 충전하는 것, 몸이 아닌 뇌를 쉬게 하고 회복하는 것, 멍 때림의 순간을 통해 일상의 복잡함과 여러가지 스트레스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멈추려고 하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인간은 너무 많은 외부의 자극과 정보에 노출되어 있고, 이를 처리하느라고 뇌는 늘 피곤하다. 빠르게 전달되고 변하는 정보를 습득하고 처리하느라 쉬지를 못할 뿐만 아니라 여러가 지 일을 한꺼번에 해야 하는 상황에서 머리는 멍해지고 작은 자극 에도 쉽게 신경질이 나고 자기 통제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스트레스의 침투로 무기력 해지고 쉽게 피곤하고 저항력이 떨어져 쉬어야 하지만 쉴 수가 없다. 결국 우리의 뇌는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풍선처럼 터지기 일보 직전이 된다. 이러다가는 자칫 과부하 에 걸려 번 아웃(burn out :탈진)현상이 생기고 심신의 이상 증세 를 보이게 된다. 이런 현실을 자각하고 몸과 마음을 쉬게 하자고 등장한 것이 ‘멍 때리기' 인 것이다.

멍 때리기를 의학적 용어로 하면 '디폴트 모드'라고 한다. 컴퓨터를 껐다가 다시 켜면 초기 설정인 디폴트로 돌아가는 것처럼 우리의 뇌에도 휴식을 주어 다시 일할 수 있는 최적 모드로 만들자는 의미 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깨어있는 상태에서 휴식을 적절히 취해야 하고 그 방법 중 하나가 멍 때리기이며 멍 때리기가 뇌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어마 어마 하다고 하니 스마트 폰에 집중할 시간에 심신의 안정까지 가져올 수 있는 멍 때리기에 도전해 보자!
비록 한 번의 도전은 실패하였지만 나도 다시 한 번 멍 때리기에 도전해보아야겠다. 지치고 힘든 나의 뇌를 위해서 말이다. 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계속하다 보면 나의 뇌도 내가 아끼고 생각하고 사랑하고 있는 마음을 전달받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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