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의 말하는 수필 18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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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5 11:13
올케 보름달이 떴어요
박금선
큰 올케
내가 8살 때 시집왔다
나를 키웠다
부모 맞잡이다
며칠 전
쓰러졌다 말문을 닫았다
격식이 틀린
시가와 친정집
두 집 제사 내가 지냈다
울퉁불퉁
굴 껍데기 같은 손
손가락 열 개가 다 휘어져
갈고리 같다
꼭 잡아 본다
손에 힘을 주지 않는다
"올케 오늘이 추석입니다
보름달이 떴어요
눈을 떠 봐요."
내 눈물이
올케 손에 떨어진다
눈을 떴다
"내가 누군지 알아맞혀 보세요."
"그 금선 아이가?"
이틀 만에 눈을 떴다
참 아픈 추석이다
"내 병이 뇌출이란다
머리에 피 난 적이 없는데
의사 선생이 자꾸 내 머리에 피가 났단다."
말이 옆으로 샌다
발음이 어눌하다
1박2일을
뇌출혈이라고
설명을 했건만 또 뇌출이라 한다
돼짓국을
먹어서
뇌출이 생겼다고 한다
그 국만
안 먹었으면
뇌출이 생기지 않았을 거라고
돼짓국을 원망한다
참 천진스럽다
빨간 고추와
벼 이삭이
눈에 밟혀 선잠을 잔다고 한다
퇴원을
할 거라고
머리 위의 빨간
비상벨을 자꾸만 누른다
"내 할 일이 태산이다
마늘을 심으려고
물에 담가 놓았다"
"내가 이리 누워 있어, 될 일이 아니다"
기억은 생생하다
스무 살에
시집와 평생 흙에 파묻혀 살았다
집에
가야 한다고
또 비상벨을 누른다
"성쌩님,
내가
이리 편키 누워 놀아가
될 일이 아임미더"
"낼로 집에 좀 빨리 보내 주이소."
두 손 모아 본다
뇌출이 빨기 멎기를,
또 비상벨을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