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의 말하는 수필 18

수필, 소설

박금선의 말하는 수필 18

소하 0 4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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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케 보름달이 떴어요


                          박금선


큰 올케

내가 8살 때 시집왔다

나를 키웠다

부모 맞잡이다


며칠 전

쓰러졌다 말문을 닫았다


격식이 틀린

시가와 친정집

두 집 제사 내가 지냈다


울퉁불퉁

굴 껍데기 같은 손

손가락 열 개가 다 휘어져

갈고리  같다


꼭 잡아 본다


손에 힘을 주지 않는다


"올케 오늘이 추석입니다

보름달이 떴어요

눈을 떠 봐요."


내 눈물이

올케 손에 떨어진다


눈을 떴다


"내가 누군지 알아맞혀 보세요."


"그  금선 아이가?"


이틀 만에 눈을 떴다

참 아픈 추석이다


"내 병이 뇌출이란다

머리에 피 난 적이 없는데

의사 선생이 자꾸 내 머리에 피가 났단다."


말이 옆으로 샌다

발음이 어눌하다


1박2일을

뇌출혈이라고

설명을 했건만 또 뇌출이라 한다


돼짓국을

먹어서

뇌출이 생겼다고 한다


그 국만

안 먹었으면

뇌출이 생기지 않았을 거라고

돼짓국을 원망한다


참 천진스럽다


빨간 고추와

벼 이삭이

눈에 밟혀 선잠을  잔다고 한다


퇴원을

할 거라고

머리 위의 빨간

비상벨을 자꾸만 누른다


"내 할 일이 태산이다

마늘을 심으려고

물에 담가 놓았다"


"내가 이리 누워 있어, 될 일이 아니다"


기억은 생생하다


스무 살에

시집와 평생 흙에 파묻혀 살았다


집에

가야 한다고


또 비상벨을 누른다


"성쌩님,

내가

이리 편키 누워 놀아가

될 일이 아임미더"


"낼로 집에 좀 빨리 보내 주이소."


두 손 모아 본다

뇌출이 빨기 멎기를,


또 비상벨을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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