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의 반전 콩트(Conte) 2

콩트

민병식의 반전 콩트(Conte) 2

제임스 0 1326

[콩트] 그린 라이트
민병식

늘 네가 오기를 기다렸다. 문이 열릴 때마다 가슴이 콩대 꽁닥 뛰는 소리가 귓가에 큰 북을 가져다 대고 마구 치는 것 마냥 크게 들려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웃는 모습에 눈을 제대로 마주치기 어려운 감히 바라다 보 조차 아까운 나의 마돈나! 대범한 체, 아무렇지 않은 척 스스럼없이 말을 꺼내고 있었어도 그것은 큰 용기였다. 동시에 주인의 눈치는 아랑곳없이 천방지축 날뛰는 심장을 진정 시키느라 애를 먹어야 했는데, 사랑은 그렇게 내게 어떠한 전조 징후도 보내지 않고 갑작스레 찾아왔다.

내가 왜 이러지? 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카사노바나 돈 쥬앙이 와도 이 상황을 피해갈 수 없을꺼야 라는자기 최면과 함께 안정된 일상은 방금 갈아 입은 뽀송뽀송한 셔츠 위로 파도가 덥쳐 흠뻑 젖은 새앙쥐 꼴이 되듯 엉망이 되었고 불면의 밤으로 인해 충혈된 눈은 도대체 혼자 매일 밤새도록 뭐하느냐는 소리를 복도를 지나치는 동료들을 마주칠 때 마다 피해갈 수 없었다. 아무리 나오려고 허우적 대도 사랑의 풍랑 속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던 나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세상을 보기 위해 태양을 향해 끝없이 오르다 떨어져 죽은 이카루스처럼 사랑을 향해 끝없는 날개 짓을 하였다. 죽어도 좋았다.

콧대 높은 그녀의 관심을 받기란 정말 말이 쉽지 않았다. 죽어라 열심히 일해서 튀는 모습을 보여주어 능력있는 남자의 이미지를 심어 줘야 했고, 그녀에게 곤란한 상황이 오면 마치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찍힘을 무릅쓰고 상사에게 대들어야 했으며, 야근을 무릅쓰고 프로젝트를 만들어 어떻게 해서든지 옆에 붙들고 있어야 했다. 그래야 잠시라도 더 곁에서 볼 수 있을 테니까.. 개미 같은 부지런함에 나비 같은 우아한 몸짓, 벌 침 같은 한 방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아마 그녀는 날 워커홀릭이나 일과 출세에 미친 놈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벽은 너무도 높았다. 흉노족을 막기 위해 세운 만리장성보다 더 높고 바늘로 찔러도 들어갈 틈이 없을 것 같은 견고한 성 앞에서 주눅이 들수 밖에 없었다. 패기와 용기는 태연스러움으로 간신히 포장한 채 점점 오그라들고 한없이 작아지는 나 앞에서 스스로 자책한 것도 여러 번, 이렇게 살 수는 없었다.

살면서 가장 힘든 것은 두려움이다. 죽음 앞에서만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 남자이거늘 모든 것에 깡을 강조하며 살았던 내게 깡은 커녕 말도 잘 못꺼내는 '어버버'가 되었으니 이는 실로 비참한 모습이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렇게 살 수는 없었다.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 실행은 빨리 할 수록 좋았다. "그래! 이왕 쪽 팔릴 꺼면 해 보고나 쪽팔리자! 말도 안 해 보고 지금 멈춘다면 스스로 더 쪽팔린 일이지!"
이왕 하는 것, 당당하게 하기로 결심에 결심하고 밤새 무슨 말은 할까 연습에 연습을 거듭, 다음날이 되었다.

오전에는 업무에 집중하니 말할 틈이 없었다.

"딴 짓을 좀 해야하는데 왜 일만하는 거야"

드디어 때가 왔다. 사무실에는 우리 둘 뿐

"저기 ○○ 씨^^ 어버버 어버버 ......''

"괜찮으시면 오늘 저녁 사주세요"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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