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詩한 그림판-선풍기의 일생

콩트

時詩한 그림판-선풍기의 일생

GOYA 0 155

온 힘을 다해

저 밑바닥 힘까지 끌어모아

너를 시원케 했다

네가 싫어 할라치면

방향바꿔 이리저리 돌려보기도 했고

때로는

꼿꼿한자세로 한참을 그대로 있다가

그 우직한 손으로 눌러대는 통에  

모가지가 꺽여 죽을뻔도 혔지만

단 한가지로 참아냈다.

'너만 시원 하다면...'

'네가 시원해 하면 그 뿐!'


그랬는데

이제 네 변덕에

내가 숨이 막혀 죽었다.

내 온 몸은 꽃다운 비닐관속에 갇혔다.

불현듯한 입관식으로

유언도 못한 채

그렇게 둘둘 묶이고 묶여

다락 속에 있는

공동묘지에  내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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