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문학칼럼 10 - 솅키에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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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식 문학칼럼 10 - 솅키에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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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솅키에비치의 '등대지기'에서 만나는 삶의 목적

민병식


솅키에비치(1846~1916)는 폴란드의 소설가로 러시아령 포드리아 지방의 명문가 출신으로 바르샤바 대학을 마친뒤, 1872년 '공허'를 내놓아 문단의 주목을 끌었고 1876년 미국을 여행하였으며, 귀국 후에 단편'등대지기'를 썼다. 1883년 이후로는 역사 소설로 집필 방향을 바꿔 많은 작품을발표함으로써 국민들의 민족의식을 일깨우는 데 큰 영향을 미쳤고 '쿠오바디스'로 1905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항구도시 애스핀월의 바위섬을 지키던 등대지기가 거센 폭풍우에 실종되고 새 등대지기를 구하는 임무가 파나마 주재 미국 영사에게 맡겨진다.  스카빈스키라는 노인이 등대지기가 되겠다고   찾아가는데 그는 조국 폴란드를 떠나 갖은 고초를 겪으며 산 인물로 한 곳에 머물기를 원하며 간절히 요청하자 영사는 그를 채용한다. 노인은 자신이 맡은 그 외로운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 가지만, 고향과 조국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몸과 마음은 점차 여위어져 간다.


어느 날 그는 뉴욕의 폴란드 작가 협로부터 폴란드어로 씌어진 유명 시인의 시집이 우편으로 배달받는다. 신문기사를 읽고 후원금을 보낸 답례였다. 고향조차 잊은 채 잠잠히 지내던 노인의 영혼은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그동안 쌓였던 조국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그 시집 한 권으로 인해 용솟음쳐 오른 것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조국을 본 것이 40년 전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모국어가 그에게 다가왔고 그것도 지구 정반대편에 있는 그를 찾아내 바다를 건너서 온 것이다. 노인은  종일 시집을 읽고 고향생각을하다가 그 벅찬 감동으로 인해 수 년 동안 한 번도 꺼뜨린 적이 없는 등댓불을 켜는 것을 깜박 잊어버린다. 그로 인해 결국 해고 당하고 모국어 시집을 가슴에 품은 채 다시 방랑길에 오른다.


폴란드는 오랜 기간 동안 러시아제국의 통치를 받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모국어는 곧 조국이며, 고향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통해 생각해야 하는 것은 '인간 삶의 조건'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외국을 떠돌며 평생을 고난과 역경 속에서 살아온 스카빈스키, 그러나 평생을 떠돌면서도 그를 버티게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등대지기에서 조국애와 모국어라는 것으로 비유된  애국심, 궁극적으로는 희망이라고 본다. 아마 노인은 섬을 떠나면서 모국인 폴란드로 가지 않았을까. 삶의 기나긴  여정에서 결국 포기하지 않고 생을 살아간 이유는 자신의 실존의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목표가 있었고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왜 사는가'에 질문을 던지고 답하게하는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게하는 작품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삶의 목적과  이유를 반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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