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의 행복한 서평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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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식의 행복한 서평 9

제임스 0 1933

[서평] 이효석의 돈(豕)과 돈(money)

민병식


도서명 : 한국근대문학선 02 이효석 

저  자 : 이효석

출판사 : 달시루


현대사회를 살면서 성공의 잣대로 삼는 기준은 무엇일까?  아마 사회적 지위, 돈을 많이 버는 직업 등일 것이다.

여기 식이라는 젊은이가 있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일확천금의 허황된 욕망도 없다. 그저 돼지를 키워 새끼를 낳게하고 그에게 필요한 만큼의 물질을 만들어 좋아하는 여자와 결혼하고픈 평범한 꿈을 가진, 마치 요즘의 젊은이 들의 모습과 흡사하지 아니한가.


주인공 식이의 ‘자본주의’의 횡포에서 오는 좌절감과 순수한 애욕을 작가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한 '돈'이란 작품은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살아가는 식이가 돼지를 교배하면서 키워가고 있는 꿈이 허망하게 무너지는 과정을 간결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전해주는데 시대적 배경만 다를 뿐이지 지금의 사회와 별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사회를 투영하고 있다.


이효석이 1933년에 쓴  돈(豕)은 경향문학을 탈피하여 순수문학을 추구하기 시작했다고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작품에서 돈은 돼지 이면서 돈(money)이고,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일치시켜 그려진다. 잘못하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를 따분함을 돼지와 돈의 관계, 식이의 성적 판타지를 연결하여 어렵게 살아가누 농촌 청년의 욕망과 욕구를 사실적으로 표현했고 또, 청년의 꿈이 좌절되어가는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했다고 보여진다.


주인공 식이는 시골 청년으로 돼지의 새끼를 받아 돈을 번 후 동네 박초시의 딸 분이와 결혼하는 것이 꿈이다. 한 푼 두 푼 모아 암놈과 숫놈 각 한 마리사서 길렀는데 숫놈은 죽고, 암놈만 살아남는다. 유일한 희망인 암컷을 자기 밥그릇에 먹일 정도로 애지중지하며 키우다가 아직 여섯달 밖에 안된 어린 돼지를 데리고 시장에 나가 교접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하고 달포후에 다시 시도하여 성공을 한다. 교접에 성공 후 집으로 데리고 오다가 한 눈을 파는 사이 돼지는 기차에 치어 죽고, 식이는 건널목 망꾼에게 따귀까지 얻어 맞는다. 결국 식이의 목표이며 꿈이던 돈과 분이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만다.


오로지 돈을 벌 생각에 육개월된 돼지를 교접시키려고 장에 데리고 가는 식이의 심리상태는 빨리 돈을 벌어야한다는 마음 뿐 어린 돼지를 아끼는 마음이 없다.


애지중지하는 이유도 오로지 돈을 벌기위한 수단일 뿐이다. 때가 되어서 돼지를 교접시키고 그 새끼를 또 길러 팔고 하는 전형적의 농촌의 재산 증식 방법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겠으나 아직 때가 되지도 않은 어린 돼지를 교접시키려한다는 것은 가난한 농촌의  어려운 경제적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하더라도 분이를 빨리데려오겠다는 잘못된 이성관을 보여주고 있다.

식이는 두번째 교접에서 억지로 암컷을 교미시켜 성공시킨다. 주변 시장사람 들이 암컷의 고통을 보면서도 킬킬 거릴 때 식이는 분이를 생각한다. 여성을 자신의 사랑할 대상이아닌 성적파트너 내지 대를 이어줄 상대로 혹은 성적 욕구분출의 대상으로 판단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식이에게 돼지는 돈이고 돈은 곧 분이이고, 분이는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생각한다고 보여지는 본능이자 또 하나의 잘못된 이성관이다.


교접을 마치고 돼지를 몰고 집으로 오다가 잠시 한 눈운 파는 사이 기차 사고로  돼지를 잃는다. 바로 사랑의 상실을 의미한다. 돼지를 잃은 것은 바로 분이를 잃은 것이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는 주인공 식이의 모습에서 현대 세상의 젊은이 들을 본다. 누구나 똑같을 순 없는 계층의 차이, 취업난을 겪고 있는 지금의 젊은이들의 고군분투하는모습,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국내외 경제 사정 들 속에  금전적인 문제로 결혼을 포기하는 청년 층의 고뇌와 문제를 짚어 준다. 수십년 전에 쓴 작품이 현대사회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음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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