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진 시인의 그리운 날의 언젠가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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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진 시인의 그리운 날의 언젠가는 4

소하 0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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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진 사진 作



유년의 향수


           김재진


산산이 굽이굽이 물결치는 첩첩산중 골짜기

바람도 쉬어간다는 하늘 아래에 첫 동네에는

기나긴 겨우내 눈발이 무릎까지 푹푹 쌓이고

이듬해 춘삼월에 꽃잎 피워 눈 녹이던 산마을


새벽 댓바람부터 굴뚝 연기 연신 피어오르면

혼식 도시락 둘러메고 큰 재 넘어 학교 가던 곳

방학 땐 고사리손으로 텃밭에서 일손을 거들고

엄동설한 지게질로 참나무 등걸 메고 내리던 곳


좁은 고샅길에서 동무들과 해지는 줄도 모르고

숨바꼭질에 자치기랑 비석 치기 여념 없다가도

밥 짓는 내음에 어머니 목소리 담장을 넘어오면

모깃불 피워 놓고 옹기종기 마루에 걸터앉아서

꺼끌꺼끌한 보리밥에 푸성귀 된장국 먹던 시절


청운에 꿈을 쫓아서 산골 오지를 떠나오게 되고

땟거리 걱정하지 않는 좋은 시절을 살아가지만

가족공동체는 뿔뿔이 흩어져 제각기 분주하고

허전한 마음에 아스라한 옛 생각이 간절해져서는

내 고향 산촌의 유년 시절이 더럭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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