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민 화가의 좌충우돌 화원畵園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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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민 화가의 좌충우돌 화원畵園 10

포랜컬쳐 0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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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말 * 양승민 화가 作 그림은 작가가 그린 유화입니다 10P(53.0 × 40.9)



구절초 


     양승민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할 때

마음속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 넣어 주는 존재가 있다

 

듬성듬성 서있는 키 큰 나무들의 이파리 사이로

햇빛이 꽃잎에 살포시 내려앉으면

꽃들이 단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드넓은 구릉은 금세 하얀 꽃 천지로 변한다

 

바닷가에 파도가 밀려와

조약돌이 말을 하는 시간이면

꽃의 바다에도 어김없이 물결이 일어

놀란 듯한 꽃들이 두런거린다

 

그럴 때면

하얀 치마저고리 입고

가는 허리 고운 뒤태의 실루엣을 남기며

저 멀리서 걸어가고 있는 것 같은

어머니의 아련한 모습이 떠오른다

아리따운 시절엔 봄 향기 가득했었는데

아이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생활에 찌들어 가면서

흰머리에 주름살이 가득한 얼굴로 변한

늙은 모습이 안타깝다

 

9월 9일이면

아홉 굽이 파란 많은 생을 뒤로하고

어떤 이의 편치 못한 속을 달래줄 한 잔의 차로 변할 줄 알면서도

아랑곳 않고 환히 웃는 구절초의 모습이 처연하다

 

구절초의 일생은

아낌없이 주기만 하는

순수한 어머니의 사랑*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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