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민 화가의 좌충우돌 화원畵園 10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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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0 23:56
* 꽃말 * 양승민 화가 作 그림은 작가가 그린 유화입니다 10P(53.0 × 40.9)
구절초
양승민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할 때
마음속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 넣어 주는 존재가 있다
듬성듬성 서있는 키 큰 나무들의 이파리 사이로
햇빛이 꽃잎에 살포시 내려앉으면
꽃들이 단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드넓은 구릉은 금세 하얀 꽃 천지로 변한다
바닷가에 파도가 밀려와
조약돌이 말을 하는 시간이면
꽃의 바다에도 어김없이 물결이 일어
놀란 듯한 꽃들이 두런거린다
그럴 때면
하얀 치마저고리 입고
가는 허리 고운 뒤태의 실루엣을 남기며
저 멀리서 걸어가고 있는 것 같은
어머니의 아련한 모습이 떠오른다
아리따운 시절엔 봄 향기 가득했었는데
아이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생활에 찌들어 가면서
흰머리에 주름살이 가득한 얼굴로 변한
늙은 모습이 안타깝다
9월 9일이면
아홉 굽이 파란 많은 생을 뒤로하고
어떤 이의 편치 못한 속을 달래줄 한 잔의 차로 변할 줄 알면서도
아랑곳 않고 환히 웃는 구절초의 모습이 처연하다
구절초의 일생은
아낌없이 주기만 하는
순수한 어머니의 사랑*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