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문학칼럼 20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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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식 문학칼럼 20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제임스 0 187

[문학칼럼] 도스토예프스키의 '노름꾼'에서 보는 우리의 자화상
민병식

도스토예프스키(1821-1881)는 도박꾼이었다. 1863년 8월 그는 연인 폴리나 수슬로바를 만나러 파리로 가는 길에 독일 비스바덴 카지노에 들린다. 룰렛 도박판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단숨에 1만 프랑이 넘는 돈을 딴다. 그 후 도박에 미쳐 8년 동안 비스바덴, 
바덴바덴, 홈브르크 도박판을 떠돈다. 도박으로 빈털터리가 되어 며칠 동안 밥을 먹지 못하고, 배가 고파 움직이지 못하여 책만 읽는다. 비스바덴 쿠어하우스 카지노 정문에 도스토예프스키 흉상이 서있고 카지노 안에 도스토예프스키 홀이 있다. 도박으로 마지막 1굴덴까지 잃은 도스토예프스키는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편지를 쓸 정도다. 


도스토 예프스키가 첫 번 째 아내 마리야와 별거 중 자신에게 접근해온 여대생 수슬로바에게 강한 매력을 느꼈는데 그녀는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가 배신을 당했고 그런 그녀를 도스토예프스키는 달래주며 사랑을 고백했는데 그녀는 가끔은 받아 주고 가끔 튕기고 하는 밀당의 대가로 도스토예프스키가 심적으로 힘들어 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작품 속 뽈리나가 나온다, 3년 동안 구상하고 27일만에 완성했다는 작가의 실제적 경험이 들어가 있는 ‘노름꾼’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소설은도박장이 있는 가상의 도시 룰레텐부르크를 배경으로 한 알렉세이 이바노비치의 도박과 그 주변인물들이 펼쳐내는 이야기 이다. 알렉세이 이바노비치는 은퇴한 대령 자고란스키의 가정교사다. 알렉세이는 몰락한 귀족출신으로 상류사회의 삶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정교사로는 아주 적격이다. 알렉세이는 장군의 양녀 뽈리나를 사랑하지만 뽈리나는 그는 안중에도 없고 프랑스인 마르키즈 드 그리외를 생각하고 있다. 한편 장군은 프랑스의 여인 블랑슈를 사랑한다. 블랑슈는 장군과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지만 부자이고 결혼하면 자신에게 붙을 대령부인이라는 호칭 때문에 그의 구애를 받아주고 있다. 알렉세이는 사치스러운 그녀를 사귀면서 빚은 점점 늘어나지만 그에게는 막대한 유산을 물려줄 할머니가 있다. 장군은 할머니가 돌아가시기를 바라고 하루가 멀다하고 할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기 위해 전보를 친다

그러던 중 갑자기 정정한 할머니가 룰레텐부르크에 도착한다. 그녀의 유산을 바라던 사람들은 멘붕에 빠지고 더 가관인 것은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도박을 한다는 것이다. 의자에 시중들어주는 하인을 대동한 채 긴 시간을 몰입한 끝에 돈을 모두 다 잃고 빈털터리가 되어 장군은 알렉세이에게 할머니의 도박을 말려 달라고 하기도 하고 경찰을 부르겠다고 협박하기도 하지만 소용없다. 결국 할머니는 고리대금을 빌려 모스크바로 떠나고 뽈리나에게 함께 가자고 하나 뽈리나는 거절한다. 블량슈는 장군 곁을 떠난다. 알렉세이는 도박장으로 간다. 거금을 따고 뽈리나에게로 가 함께 파리로 가자고 한다. 뽈리나는 많은 돈이 필요했지만 자존심이 강해 알렉세이의 돈을 거절하고 그의 곁을 떠난다. 이때 블량슈가 함께 파리고 가자고 유혹하고 함께 없다로 간 알렉세이는 블랑슈에게 이용만 당하고 결국 도박 빚으로 감옥에 가게된다. 감옥을 출소한 후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이 뽈리나라는 것을 알게되고 그녀를 찾아 떠나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작품에는 두 개의 지옥이 나온다. 하나는 도박이고 하나는 사랑이다. 도박은 그 자체로 하면 할수록 수렁에 빠져드는 중독의 지옥이며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하는 피를 말리는 지옥이다. 알렉세이는 뽈리나에 대한 사랑의 지옥에 중독된 후 상처를 받고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해 도박의 지옥으로 스스로 뛰어든다. 도박, 운이 좋아서 몇 번 게임에서 이겼다고 쳐도 끝까지 승리할 수는 없다. 결국은 모든 가산을 탕진하고 빚을 지고 거리의 삶을 살거나 감옥에 가기도 하고 심지어는 스스로 목숨을 버리기도 한다. 무엇이 옳은것이고 무엇이 나쁜 것인지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뛰어든다. 바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잘못된 쾌락에 대한 중독과 해서는 안될 사랑에대한 집착의 중독이다. 세상에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어디 있던가. 그릇된 쾌락에 매몰된 인간은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행복하지 않다. 하나의 쾌락을 맛본 후 더 큰 쾌락을 찾기 때문일 것이다. 계속 해서 욕심을 부리고 쾌락을 찾으니 결국에는 만족시켜줄 쾌락이 없다. 영끌, 빚끌하여 얻고자하는 것이 무엇인가. 21세기 욕심과 쾌락, 물질에 중독되어 살아가는 우리에게 도스토예프스키는 주인공 알렉세이가 뽈리나를 찾아가듯이 그릇된 욕망을 버리고 순수한 사랑의 마음을 회복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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