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의 행복한 서평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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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식의 행복한 서평 13

제임스 0 161

[서평] 아멜리 노통브의 '오후 네시'
민병식

도서명 : 오후 네시
저 자 : 아멜리 노통브
출판사 : 열린책들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감각으로 프랑스 문학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작가, 아멜리 노통브(1967 - ), 스물다섯 살에 ‘살인자의 건강법’으로 데뷔하여 ‘천재의 탄생’이란 찬사를 받았다.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대성공을 거두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는데 섬뜩하고 매혹적인 작품으로 전 세계에 걸쳐 독자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고등학교에서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가르치다 은퇴한 에밀은 유치원 때부터 함께한 부인 줄리에타와 함께 오랫동안 꿈꾸어왔던 전원생활을 즐기며 은퇴 후의 삶을 만끽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에 사는 베르나르댕이라는 남자가 찾아오는데 부부는 성심과 예의를 다해 그를 대접한다. 베르나르댕은 전직 의사이며 말 수가 별로 없어 부부는 그를 좋은 이웃이라고 판단한다.

처음에는 호의로 받아들인 그의 방문은 어느새 부담으로 변한다. 베르나르뎅은 매일 같은 시간에 오후 네시에 찾아와 그저 주어진 질문에 아니오, 그렇소 단 두 문장만 내뱉기만 할 뿐 아무 관심도 없이 커피한잔과 함께 2시간을 의자에 앉아 있다가 6시가 되면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커피를 요청하는 것도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무례함 때문에 한 번도 상식의 틀을 벗어나 살지않았다고 생각하는 부부에게 불안과 스트레스로 다가오게 된다. 하루도 거름이 없다. 점차 그의 방문이 불편하고 예의 없다고 생각이 든 부부는 일부러 오후 네 시에 맞추어 집을 비운다. 다음 날, 어김없이 부부의 집을 찾아온 베르나르댕은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부부가 집을 비운 것에 대해 불평을 토로한다.

이 어이없는 상황이 매일 반복되던 중, 결국 스트레스를 막을 묘안을 짜내고 에밀은 베르나르댕에게 부인과 함께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 베르나르댕의 부인은 초고도 비만이다. 눈, 코, 입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살덩어리, 말도 알아들을 수 없는 기묘하고 거대한 인간의 모습이 아닌 듯하다.

“ 친애하는 부인 뭘 드시게겠습니까? 키르 한 잔 하시겠습니까? 셰리 주 한 잔 드릴까요?”
그 살덩어리가 자기 남편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짓눌린 듯한 꾸르륵 소리를 냈던 것이다. 그가 아내의 말을 통역했다.

“술은 안마신다오”

당황한 내가 다시 한 번 권했다.

“과일주스는 어떨까요? 오렌지나 사과나 토마토 주스는 요?”

다시 꾸르륵 소리가 들렸다. 통역자가 그 말을 옮겼다.

“우유한잔 주시오. 따뜻하게 데워서 설탕은 넣지 말고”

베르나르댕 부부가 집으로 돌아가고 난 후, 에밀 부부는 베르나르댕의 삶에 대해 생각한다. 대화할 사람이라곤 없는 외딴 집에서 거대한 살덩어리를 보살피며 외롭게 지내는 베르나르댕의 삶에 동정심을 느낀다.

그러다 어느 날 제자가 베르나르댕의 집을 방문하는데 옆집 사람을 보고 자신의 선생이 노망이 났다고 생각하고 결국 에밀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 베르나르댕에게 폭발해 버린다.

“당신 이제 오지말라고! 꺼지라고!”

그때부터 이웃의 방문은 그친다. 이웃의 방문이 끊긴 어느 날 에밀은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을 감지하고 이웃을 방문하는데 베르나르댕은 자살을 시도하고 그 것을 에밀이 막는다. 베르나르뎅이 입원한 동안 부부가 아내를 돌보게 되고 아내 줄리에타는 자살하려는 사람을 구했다고 에밀을 칭찬하지만 에밀은 홀로 생각한다. 그가 자살을 위해 얼마나 큰 용기를 내었는지, 자살을 실패한 이후 얼마나 큰 실의에 빠졌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에밀은 베르나르댕의 삶 자체가 불행하다고 여기고 다시 찾아가 베개로 짓눌러 그의 숨을 끊는다.

베르나르댕에게 에밀의 집에서의 두 시간은 그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자신의 숨통이 트이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준 그 두 시간은 과연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로 작용할 것인가. 어떠한 삶이 행복한 것인지, 삶의 방향과 태도에 대해 생각한다. 과연 삶의 즐거움이 없고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좋아하는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은 살아야 할 가치가 없는 것일까. 불우한 기운이 다른 가족에게까지 미쳐서 삶의 허무와 불행을 가져온다면 그것은 죄악인가. 즐거움을 느끼는 한 삶은 공허하지 않다. 그 행위가 고상한가 그렇지 않은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역설하는 주인공 에밀의 말에서 무엇이 행복의 중요한 조건인지를 새삼 생각해 보게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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