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문학칼럼 23 - 안톤 체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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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식 문학칼럼 23 - 안톤 체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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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안톤 체호프가 그의 단편 ‘우수’에서 지적하는 인간의 단절
민병식

안톤 체호프(1860-1904)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초까지 활동했던 러시아의 극작가, 소설가로 의사 출신이며 러시아를 대표하는 대문호 중 한 명이다. 푸시킨에서 시작되어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로 절정을 이루었던 러시아 문학 황금시대의 마지막 작가로 꼽히고 있다. 또한, 단편소설의 대가이며, 단편소설만으로도 대문호라는 평가를 받는다. 레이먼드 카버, 어니스트 헤밍웨이, 버지니아 울프, 서머싯 몸, 캐서린 맨스필드 등이 그의 문체에 영향을 받았다.  


눈 내린 후의 저녁, 안개가 내린 러시아의 길가에 마부가 이오나가 등장한다. 지난 일요일 아들이 열병으로 병원에 간 지 4일 째 만에 죽었다. 아버지는 속수무책으로 그렇게 아들을 보내고서도, 또 일을 하러 나와야했다. ​

"나리, 제 아들놈이... 이번 주에 죽었답니다."
"내 아들놈이... 이번 주에 죽었답니다!"

​승객 중에 아무도 그의 슬픔에 공감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았다. 승객들은 돈을 내고 목적지까지 가기만을 원했다. 단 한 명도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그의 슬픔을 아랑곳하지 않고 스쳐 지나갈 뿐이다.

마부는 일찍 숙소에 들어왔다. 돈도 벌지 못했다. 숙소에서 젊은 마부에게 죽은 아들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었는데 상대해주지 않는다. 마부는 아들의 죽음을 상세히 이야기하지 못했다. 아들이 어떻게 병에 걸렸는지, 어떻게 괴로워하다 죽었는지, 죽기 전에 무슨 말을 했으며 어떻게 죽었는지 이야기해야 하는데, 또한 장례식과 병원에 죽은 사람의 옷을 가지러 갔던 일도 이야기해야 하는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마부는 말에게 먹이를 주러 마구간으로 간다. 그리고 말에게 자기 사정을 털어놓는다.

"그래. 말아! 쿠지마 이오느이치(아들)는 죽었단다. 오래 살라고 했는데... 헛되게 가버렸단다. 지금 네가 망아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보자. 그러면 너는 그 망아지의 어미가 된다. 그러나 갑자기 그 망아지가 죽었다고 해봐... 슬프지 않겠니?"

​오죽했으면, 마부는 자기 말에게 말을 한다. 말은 우물우물 먹으면서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듯 주인의 손에 콧김을 내 뿜는다. 이오나는 열중하여 말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비참하다. 사람들은 그의 아픔과 슬픔과 억울함에 대하여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아들이 죽었다는데도 위로의 말 한마디 없다. 마치 못 본 것처럼, 못 들은 것처럼 말이다. 차가운 세상이다.

최근 어느 누구가 고독사 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메인 뉴스를 장식한다. 수북이 쌓인 이력서는 생전 망자가 살고 싶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말해주고, 체납 내역이 가득한 국민연금 고지서와 텅빈 잔고의 통장은 선진국이라 일컬어지는 현재 한국사회의 그늘을 보여준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랑의 마음은 어디에 있나. 살고자 먹었던 그의 약봉투 안에는 망자가 겪었을 절망까지 잔뜩 들어있을 것이다. 누구나의 탄생이 소중하고 살아있는 동안의 삶이 소중한 것처럼 어떻게 죽는가도 소중하다. 우리는 과연 지금의 세상에서 나의 고독을 어느 누구에게 말할 수 있을까. 점점 개인화되어가고 서로 단절되어 벽을 세워두고 살아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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