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문학칼럼 26 - 윌리엄 서머싯 모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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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식 문학칼럼 26 - 윌리엄 서머싯 모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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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윌리엄 서머싯 모옴의 '면도날'에서 보는 가치있는 삶
민병식

윌리엄 서머셋 모옴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 20세기의 대표적 작가다. 그는 91세까지 사는 동안 장편소설 20편, 희곡 25편, 여행기와 평론집 11편, 단편소설 100편을 써냈다. 모옴이 이 작품을 쓸때에는 1940년대였는데 2차세게 대전을 겪었던 시기였고 많은 미국의 젊은이 들이 삶의 허무함과 인생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였다.  


1920년대 신분과 재산을 기준으로 상류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 꿈인 나는 엘리엇과 친분이 있던 연유로 그의 조카 이사벨, 이사벨의 약혼남 래리, 이사벨을 좋아하는 대부호 주식중개인의 아들 그레이를 알게된다. 이사벨의 엄마는 비행기 조종사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돌아온 래리가 고아이며, 재산도 없고 일자리도 구하지 않는 것에 대해 탐탁치 않다

그러나 내가 보는 래리는 무엇인가 다른 매력이 있는 청년으로 전쟁에서 친구가 자신을 구하고 죽은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 어떻게 살지 생각해보겠다며 파리에서 2년정도 시간을 갖겠다고 하며 떠난다. 이사벨을 래리를 기다리다가 파리로 찾아가지만 래리는 철학과 진리를 탐구하며 사는 지금이 좋다며 함께 소박하게 살자고 하고 화려한 삶을 포기할 수 없는 이사벨은 래리와 헤어지고 부자인 그레이과 결혼을 한다.

10년 후 이사벨은 두 딸의 엄마가 되어 부유하게 살고 있으나 대공황으로 그레이가 파산하고 결국 엘리엇의 도움으로 파리에서 살게되고 나는 광부, 선원, 작업부 등의 일을 하며 유럽과 인도 등을 떠돌다 돌아온 래리를 만나 이사벨, 그레이와 함께 자주 시간을 보낸다. 어느날 파산 후 발작적인 두통에 시달리던 그레이를 래리가 인도에서 수행하며 배웠다는 방법으로 치료해주자 예전과 달라진 듯한 래리에게 그에 대해 묻지만 래리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얼마 뒤 호기심으로 파리의 뒷골목 술집에 간 나는 야한 차림으로 만취해 있는 래리의 소꿉친구 소피를 만나는데 그녀는 영민한 소녀였으나 차 사고로 남편과 아이를 잃고부터 막살기 시작해 파리로 쫓겨난 상태다. 그녀의 순수한 영혼을 기억하는 래리는 소피와의 결혼을 발표하고 래리를 여전히 사랑하는 이사벨은 노발대발하다가 결국 결혼 준비를 돕게되는데 웨딩드레스 가봉 때문에 이사벨을 만나기로 했던 장소에서 소피는 이사벨을 기다리다가 거실에 있던 술을 마시고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 버린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엘리엇이 사망하고 그의 유산을 받은 이사벨은 그레이와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한편 래리를 만난 나는 그의 십년 간의 떠돌이 생활이 선과 악, 신과 창조자, 삶과 죽음 등에 대해 깨달음을 얻기 위한 과정이었으며 앞으로 자신의 재산을 모두 버리고 미국으로 돌아가 정비소, 트럭, 택시 운전사 등을 하며 소소하게 살아갈 계획이며 자신의 선한 영향력을 믿는다는 말을 듣는다. 얼마 뒤 소피가 칼에찔린 변사체로 발견되고 나와 래리가 장례를 치루어 준다. 미국으로 떠나기전 이사벨을 만나 소피가 떠나버린 날 이사벨이 일부러 술을 세팅해놓고 소피가 유혹을 이기지 못하도록 준비 한 것이 아니냐고 묻자 이사벨은 부인하다가 결국 인정하고 래리의 장래 계획을 말해주자 래리가 자신을 완전히 떠났음을 깨닫고 눈물을 흘린다.

책을 펼치기 전 이런 문장이 있다. 면도날의 날카로운 칼날을 넘어서기는 어렵나니, 그러므로 현자가 이르노니, 구원으로 가는 길 역시 어려우니라.

흥미로운 점은 작가 자신이 직접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어 영국, 프랑스, 미국을 여행하고 이 와중에 주인공인 청년과 주위의 인물들과 교류를 하며 항상 그들 주위의 한 명으로 또는 소설 속의 화자로서 등장하의 관심주제에 대하여 주인공의 입을 빌려 자신의 생각을 독자에게 전하고 있다. 가령, 삶과 죽음, 여자, 살아가면서 반드시 한 번은 깊이 고민해보고 나름의 해답을 찾아 내면화하여야 하는 주제들이 아닌가 한다.

면도날은 래리의 구원의 길을 가는 고난의 여정을 상징한다고 보여진다. 결국 세상을 벗어나는 한 인간의 여정을 통해 존재에 대한 성찰의 과정을 찬찬히 보여주는 것이다. 래리 뿐만 아니라 이사벨, 그레이 등 다양한 인물들이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삶과 인간 존재의 가치에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의 나열을 통해 모옴은 인생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권한다.

우리의 삶은 어떤 것이 가치가 있을까. 또 우리는 어떤 것에 인생의 가치를 두고 살고 있을까. 래리처럼 구도의 길을 갈수도 있고 이사벨처럼 상류사회의 삶을 지향할 수도 있으며 그레이처럼 물질적 풍요일 수도 있고 작품 속 화자인 나처럼 명예일 수도 있다. 각자의 생각과 바향이 다 다를 것이기에 답을 정하지는 못한다. 아마 죽음을 앞두고서야 자신이 살았더 삶에 대한 후회나 이루지 못했던 것을 깨닫지 않을까. 누구나의 삶은 중요하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이기에 내가 사는 그 어떤 삶도 가장 가치 있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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