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문학칼럼 35 - 계용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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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식 문학칼럼 35 - 계용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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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계용묵의 ‘물매미’에서 배우는 나부터 잘 하자!
민병식

어린 시절, 학교 앞에는 커다란 양은 광주리에 수십개의 칸막이를 만들고 칸막이마다 번호를 적은 후 물매미를 가져다 떨어뜨려 물매미가 번호가 적인 곳으로 들어가면 상품을 주는 사행성 게임이 있었다. 오늘 소개할 작품은 이 물매미를 소재로 한 계용묵 작가의 단편 '물매미' 이다. 계용묵 선생(1904 -1961)은 1930년대 세련된 문장 기교와 언어 감각을 구사하여 단편소설의 확장에 기여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1927년 ‘조선문단’에 ‘최서방’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하였고, 1935년 ‘조선문단’에 대표작으로 꼽히는 ‘백치 아다다’를 발표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물매미를 가지고 생업을 삼은 노인이 있었다. 등교 전이나 방과 후에 학교 앞에서 등하교 하는 어린이 들의 코묻는 돈을 빨아먹는, 어찌보면 무지 치사한 일이었으나 생업과 자식 교육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

그날도 노인은 방과 후 한 패거리가 몰려오자 양철 자배기(커다란 그릇)가 가장자지를 돌아가며 칸을 무수히 두고 칸마다 번호를 써놓은 후 1부터 20까지 적은 종이위에 미리쿠, 과자, 호각 등을 올려놓고 물매기를 자배기 가운데 떨어뜨려 물매기가 헤엄쳐 번호가 적인 칸으로 가서 종이 위의 수자와 동일하면 상품을 주는 호객행위를 시작한다.

그때 한 쪽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오물거리던 한 아이가 십원 짜리 한 장을 내민다. 노인은 우선 콩알만한 과자 세알을 넘겨준다. 꽝이든 아니든 일종의 서비스다. 소년은 8번을 찍었다. 그러나 물매기는 야속하게도 7번으로 들어가고, 다시 십원을 내고 7번을찍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물매기가 8번으로 들어간다. 다른 한 소년이 나선다. 그러나 될 턱이 없다. 삼백원을 쓸 때까지 딱 한 번을 맞춘다. 약이 오른 소년은 자배기 스무개의 구멍 중 열 개를 택하고 백원을 지불한다. 그러나 이 번에도 허사다. 소년은 삼백원을 잃었다.

노인은 마음이 좋지 않다. 돈을 잃고 돌아가는 아이 들을 볼 때 마다 자신의 직업이 한 없이 미워진다. 아이들을 꼬셔서 노름을 시키고 그 돈을 가지고 밥을 먹는 것이 영 부끄럽다. 특히나 노인에게도 그 아이들만한 자식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인은 아무리 갈등을 해도 이 것 외에는 답이 없다. 고구마 장사, 빵장사, 담배 장사 등 많은 것들을 해보았으나 이것 만큼 돈 벌이가 되는 건 없었다. 이렇게 벌어서 밥을 먹고 아들의 학교 증축비 부담액 2천원을 낼 수 있었다. 순간 노인은 냉정해진다. 냉정해야 할 수 있다고 마음을 굳혀 먹고 다시 호객행위를 한다.

날이 저물고 노인은 집을 돌아간다. 그런데 웬일인지 저녁을 다 먹고 나서도 막내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직접 학교를 찾아가 숙직선생님에게 물어보니 노인의 아들 2학년 최영돈은 오늘 결석했다고 한다. 숙직 선생은 아들의 담임선생이었다.

노인은 온갖 걱정에 휩싸인다. 밤이 이슥한 시간 군밤장수 권서방이 영돈을 데리고 온다.

“아마 영돈이가 학교에 갈 때 저어 종점께서 물매미 노름을 했나 보죠. 그래. 돈을 잃군 학교두 안가구 우리 놈하구 우리 집에 밀려 들어와선 종일 놀구 있기에 저녁이나 먹군 집으루 가 자랬더니 아버지한테 꾸중 듣겠다구 못 가겠다기에 내가 데리고 왔죠. 뭐 꾸짖을 거도 없어요 아이들한테 물매미 노름을 시키는 어른 들이 글렀지요. 그까짓 철없는 애들이야 그거 뭐 아나요. 어서 들어가 자거라.”

-본문 중에서

여러 직업을 전전한 끝에 아이 들에게 물매미 노름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밥을 먹었던 노인은 아이러니 하게도 자신의 아들이 물매미 노름으로 돈을 잃는 반대의 지경을 당하게 된다. 노인은 할 말이 없었을 것이고 아이를 혼낼 수도 없었을 것이다. 무엇을 말하는가. 이는 한 가정의 아버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이 세상의 모든 어른들에게 말하는 것이다. 나부터 똑바로 하고 남을 가르칠 것이며, 사회지도층부터 똑바로 살면서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고 청렴하라는 말을 하라는 것이다. 이 작품은 '너나 잘해, 너부터 잘해' 라는 말이 괜히 나온 허언이 아님을 느끼게 해주며 바로 지금의 세태를 비판함을 통해 우리 모두가 반성이 필요하고 입으로만 떠들지 말고 바름을 실천하라고 일침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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