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문학칼럼 39 - 이청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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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식 문학칼럼 39 - 이청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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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이청준의 '잔인한 도시'가 말하는 휴머니즘의 회복 촉구
민병식

이청준의 잔인한 도시는 제2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이다. 작품은 출감노인과 새장수, 새의 비유를 통해 도시에서의 삶에 지친 현대인들의 메마른 인간성 및 늘 갇힌 공간에서 똑같은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고단한 삶과 고향으로 귀향하려는 주인공의 마음을 통해 인간성이 파괴된 삶의 사슬을 끊어 버리고 인간적인 삶을 살려는휴머니즘의 회복을 촉구하는 작품이다. 


오랜 복역 끝에 출감한 노인이 교도소 길목을 빠져나와 공원에 이르고 그곳에는 새 장속에 든 참새를 파는 젊은 사내가 방생을 외치면서 새를 팔고 있다. 사람 들은 그 새를 사서 날려보낸다. 새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다. 노인은 새장을 빠져나와 날아가는 새를 감동의 눈으로 바라보는데 그날 밤 노인은 공원에서 밤을 보낸다. 노인은 다음 날부터 공원에에 동전을 주워 모아 그 돈으로 새를 사서 날려보낸다. 노인이 공원에 머무는 이유는 아들에게 자신의 출감일에 면회를 오도록 편지를 써놓았고 편지가 늦어지는 듯하여 늦게 받아보았거니 하고 아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노인은 새장수가 어디서 그렇게 많은 새를 구하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며칠을 머물려 새를 사서 날려보내던 노인은 마침내 그 비밀을 알게되는데 새 장수는 새의 날개 죽지 밑을 예리하게 가위질 해 새가 멀리 날아가지 못하게 하고 밤이 되면 플래쉬 불빛을 비추어 잡는다. 어느날 밤 새 한 마리가 노인의 품으로 날아들었다. 그 새는 얼마 전 노인이 방생했던 새였다. 노인은 방생을 계속한다. 다음 날 그 새는 새장수의 새장에 들어있었다. 노인은 6개월치 노역비를 내고 그 새를 사서 고향으로 간다며 남쪽으로 향한다.

새장수는 새를 파는 행위를 통해 방생이라는 허울로 새에게 자유를 주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자유를 억압하고 구속하는 핵심 존재이다. 2020년대에 이를 비유해 보자면 결국은 새장수는 우리의 삶을 제어하는 권력일 수도 있고 물질일수도 있으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견디어야 하는 현실일 수도 있다. 밤에 다시 새를 잡아 들이는 불빛은 직접적인 고통이다. 직접적으로 삶을 옥죄는 청년문제, 출산문제, 고독사, 노인문제 등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자신들의 고통이 될 것이다. 우리는 어디까지 구속된 삶을 살고 있는가. 현대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제한된 공간, 시간, 그리고 제한된 의식 안에서 제한된 자유를 누린다. 그래서 어쩌면 사람들은 영원한 자유의 삶이라고 생각하는 자연의 삶을 동경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노인이 새를 사서 고향인 남쪽으로 향하는 것은 휴머니즘에 대한 거대한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사람과 새가 같이 공존하는 곳, 새가 멀리 날아가지 못하더라도 누가 다시 잡아들이지 않는 인간적인 세상, 인간성이 상실당하고 소외당하는 세상 속에서 작가는 그런 인간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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