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일 수필가의 봉순이 누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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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일 수필가의 봉순이 누나 3

포랜컬쳐 0 202

봉순이 누나를 따라 금호장이란 여관으로 들어가니 입구부터 빨간 카페트가 깔려있었다. 너무나 깨끗한 카페트를 보고 나는 신발을 벗어 한 손에 들었다. 봉순이 누나는 날 쳐다보며 깔깔대고 웃더니 신발을 벗고 가는 것이 아니라고 일려준다. 여관으로 들어가니 아주머니가 우리를 먼저 아는 체를 하였다. 이미 서로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여관 주인아주머니가 묻기 전에 봉순이 누나는 날 동생이라고 소개를 했다. 나는 고개를 어중간하게 숙이고 그 분께 인사를 하였다. 봉순이 누나는 방 하나를 잡고선 나만 남겨 두고 밖에서 내복 한 벌과 순대가 들어있는 검은 봉지를 들고선 들어왔다. 비를 맞은 누나의 몸에서도 김이 나고 있었다. 나는 봉순이 누나가 시키는 대로 화장실에서 목욕을 하고선 누나가 건네준 내복을 입고서는 방 한쪽으로 이불을 끌고는 몸을 숨기듯 덮고 있었다. 방바닥에 한쪽에 널어놓은 내 옷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방은 몹시 따뜻하고 조용했다. 얼마 후 내가 어설프게 잠이 들었던것 같다. 그리고 화장실 문이 삐그덕 거리며 열리는 소리에 눈을 가느랗게 떠 보니 방안 백열전등은 꺼져 있었지만 창밖에서 새어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 사이로 봉순이 누나가 하얀 속살을 들어내고 옷가지를 들고서 화장실에서 슬그머니 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마치 도둑질 하다 들킨 것처럼 깜짝 놀랐지만 그 억센 봉순이 누나 모습은 오간데 없고 연약한 몸으로 수줍음을 안고서 살금살금 봉순이 누나가 나오는데 그 하얀 살결은 검은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나 백옥의 천사로 변하여 내 두 눈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내 옷이 널려져 있는 옆으로 화장실에서 들고 나온 옷을 방바닥에 슬금슬금 가지런히 널고선 그 천사 같은 봉순이 누나가 내 곁으로 숨죽인 듯 조심스럽게 오더니 나로부터 약간 떨어져서 눕는 것이었다. 떨어져 있어 봐야 같은 이불 속이였지만 그녀는 분명 수줍은 여자였다. 누나에게서 창포 꽃 냄새가 났다. 향긋한 국화꽃 냄새가 나는 것 같았고 오월 어느 날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아카시아 꽃의 향처럼 아주 달콤한 향이 풍겨오고 있었다. 그 곱고 아름다운 꽃의 향에 취해 나는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마치 꽃향기가 펄펄 날리는 어느 봄날의 화단에서 나비 한 마리가 훨훨 날고 있었다. 눈을 떴다. 방안의 천장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봉순이 누나는 없었고 내 머리엔 하얀 물수건이 얹어있었다. 정신을 차려서 눈을 비비고 일어나 보니 방 안이 밝아 있었다. 터미널 약국이라고 쓰여 진 약 봉지와 고향으로 가는 차표 한 장과 누런 종이 한 장이 내 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약간의 돈도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밤새 앓더구나. 주인아주머니에게 부탁해났다. 아주머니가 밥 보내주면 챙겨먹고 빈속에 약 먹으면 안된다. 꼭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한다. 방황할 여유가 있는 것도 내겐 부러움이다. 오늘은 화순으로 가는 버스를 탄단다. 내년이면 고등하교 3학년인데 공부 열심히 해야지... 조심히 내려가거라. 절대로 다른 곳으로 가면 안된다.” 197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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