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거시기(巨詩記)-빗방울들/박 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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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거시기(巨詩記)-빗방울들/박 주하

GOYA 0 36

♡빗방울들/박 주하


더 멀리 가봅시다

가장 멀리 가는 길을 알고 있는 것처럼

멀리 가는 것 말고도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각자 자기 소개는 하지 맙시다

완벽한 하나의 사건처럼

순식간에 불거졌다 사라집시다

시간이란 슬픈 눈망울을 버리고

흘러내리는 것은 목숨을 만져보는 일

전생에서도 잊지 못한 미소를 생각하며

최대한 멀리 뛰어내려 봅시다

서로의 어깨를 부축하지도 말고

젖을수록 단단해지는 돌멩이처럼

이 밤을 훌쩍 넘어갑시다

거짓말을 들을 기색없이

서로의 눈물만 들고 바닥으로 달아납시다

바닥은 힘이 없으니 장렬하게 무너집시다

불빛이 비에 젖어 번지는

저 길바닥의 무늬 속으로


ㅡ 박주하 시집<없는 꿈을 꾸지 않으려고 中>


♡시를 들여다보다가 


빗방울의 태생이 궁금했다.

그런데 이들은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은 채 불거졌다가 사라지기 일쑤였다.

이들은 하염없이 바닥으로 주저앉아 머물고 있을듯 하다가도

어느새 안 보이는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들은 불빛과 달았을까?

이들은 눈물과 닮았을까?

불빛이라 하기엔 흔적이 과하다.

눈물이라 하기엔 또 그 끝이 길기만 하다.

그저 창 밖에 보여지는 빗방울들의 수명은 짧기만 하다.

그런데 시야를 크게 확대해보니 이들의 수명은 길기도 하거니와 간섭하려는 주변에 번짐을 나눠 주면서

떨어지고 낮아짐이 일상이었더라......

태어나 풋풋함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가 사그라지는 죽음보다

나눠주고 낮아지는 삶을 빗방울이 보여준다.


너는 빗방울에게로 가서 그 하는 것을 보고 배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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