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거시기(巨詩記)-잠의 나라/마 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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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거시기(巨詩記)-잠의 나라/마 경덕

GOYA 0 38

♡잠의 나라/마 경덕


우리는 그 나라의 주민,

그곳에서 열 달을 지낸 흔적이 복부에 있고

지갑을 열면 그 나라를 빠져나온 날짜가 꽂혀있다


밤낮 숱하게 들락거린 그 나라는 어디에 있을까


마취처럼 깊은 잠을 깨는 순간,잠의 탯줄이 끊어진다

배꼽을 보며 내 어미임을 곧이듣듯이

잠을 숭배하는 우리는 어딘가 잠의 나라가 있다는 것을 믿는다


모래시계를 뒤집듯,생각을 뒤집어도

검은 안대를 쓰고 수면잠옷과 양말을 신고 기다려도

말똥거리는 잠,같은 침대에 누워

어깨를 맞댄 사람은 코를 골며 잠의 나라에 입국했다


알람이 울리기 전 그 나라를 찾아야 한다

알람이 울리면 서둘러 빠져나와야한다


가끔 길몽이나 악몽을  들고

환한 대낮으로 걸어 나와 복권을 사거나 부적을 쓴다


불면을 처방하고 잠을 파는 흰 가운들

한 알 한 알 구입한 수면,

출구를 놓치고 영영 잠에 갇힌 사람도 있다

과다복용은 잠의 나라에서 불법이다


어제밤 어둠으로 귀가한 사람들이

정량의 잠을 복용하고 환한 아침으로 쏟아져 나온다


♧마경덕 시집<사물의 입/시와미학.2016>


♡시를 들여다보다가 


  오늘도 잠이 부족한 듯 잠에서 깨어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가 잠의 나라에 살고있는 주민이기에 그렇다는데 결국 동의해야 하는가 보다.

  시인은 탯줄을 끊고 나온 싯점이 잠의 나라를 잃어버린 순간이라고 생각했나보다.

  분명 잠의 나라가 있고 우리는 그 나라의 주민인데 어찌된일인지 항상 잠은 부족하다.

  그래서 부족한 잠을 위해 검은 안대와 수면 양말,이에 더해 의사가 처방해 준 수면제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그리고 겨우 잠을 자다가도 알람이라는 한계로 제대로 된 만족보다는 부족의 끄트머리에서 좌절을 겪곤 한다.

  어쩔수없는 삶의 틀이 잠의 나라에만 머물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이유를 놓쳐서는 안될 출구로 다가선다.

  출구를 놓치면 영영 잠의 나라에 갇혀 주민인 채 살아야한다.

  탯줄을 끊고 잃어버린 잠의 나라에 다시 들어 가고픈 주민들은 안대와 양말로 준비를 하고 수 천 수 만마리의 양을 제물로

갖다 바친 후에야 다시 주민이 되는데 그 시간은 꼭 정량이어야만한다. 그래야 환하다.

  그렇게 아침을 맞고 또 맞다가 결국엔 다시 주민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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