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거시기 (巨詩記)-개구쟁이 구름/박 재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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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거시기 (巨詩記)-개구쟁이 구름/박 재삼

GOYA 0 16
♡개구쟁이 구름/박 재삼

구름은 어린것이 그러듯
마등령 산봉우리에 와서는 칭얼댄다
저아득한 물소리 바람 소리가
그 소리를 대신하는가
그러다가는 금시 또
이웃집 망나니 구름과같이
딴 데로놀러가기가 바쁘다

물소리 바람 소리가 한동안 없다
그런 때는 구름도 만면(滿面)에 웃음
산봉우리에게는 체증(滯症)처럼 풀린다

사람이 죽고 짐승이 죽고
저칠칠하던 나무들이 죽고
그 모든 것이 죽으면
한가지로 비가 되고 죽음이 된다는데

그 모든 것이 저렇게
개구쟁이 구름이 되어
이 세상에 다시 노는 간단한 이치를
나는 오늘 비로소 설악산 중에 와
말없는 산봉우리를 보며 알았다.

♡시를 들여다 보다가

  제 마음대로 생겨먹은 하늘 위의 구름을 보며 개구쟁이 같다는
생각을 한번쯤 다 해 보았을 법하다.
시시각각 변화무쌍하게 생긴  모양을 바꾸는 구름은 말 그대로 개구쟁이가 맞을 것 같다.
그 개구쟁이가 어릴 때는 천방지축으로 날뛰다가는 마등령 산봉우리에 가서는 칭얼대기도 한단다.
구름이 칭얼대는 걸 본적이 있든가?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변신을시도하는 구름은 봤어도 칭얼댄다?
아득한 물소리 바람소리가 대신한다고 하니 아항 많은 비가
내리기 전에 흩뿌리는 비의 모양을 얘기 하는 것일까?
그런가부다.구름이 만면에 웃음을 띄었다는 힌트가 있었다.
그나저나 시인은 산봉우리에 올라 까부는 구름을 발 아래에 두고는 비가 되고 죽음이 되는 간단한 이치를 깨달았다고한다.
파아란 하늘에 듬성듬성 돋아나 있는 흔하디 흔한 캐릭터에
마음을 빼앗겼던 우리네 중생들은 깊고 깊은 생(生)의 이치보다는 허여멀건한 구름과 시커먼 먹구름뿐이다.
  그런데 문득 반백의 나이에서 10살이나 더 먹고나니 불현듯
개구쟁이 구름도 이제 그 이치를 포함하고 있겠다는 생각이다.
뭔들 그렇지 않겠냐마는 이젠 스쳐가는 모든 것들의 이치를
다시금 돌아볼 바로 그런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개구쟁이 구름도 다시 보여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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