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호 시인의 단수필, 처서에 드리는 글 그리고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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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명호 시인의 단수필, 처서에 드리는 글 그리고 가을

소하 0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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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명호 시인


처서(處暑)날 아침에 드리는 글 / 하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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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중근 사진가 作

동구밖 길가에 분홍의 코스모스들 넘치게 피어나고 쑥부쟁이는 빨간 가을

고추 잠자리 머리에 이고서 오늘 하루만이라도 비가 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전에 어른들은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 진다고 하였습니다.


한해 뜨거운 들녘 뙤약볕  농사일에 고생들 하셨으니 오늘 하루는 걸쭉하니 동동주

잘 삭혀서 시원하게들 드시라고 우물 속 두레박에 매달아 두었으니 여기에다 땡고추

적당하니 넣어 감자전까지 준비를 하였으니 오늘만이라도 푹 쉬는 충전의 시간 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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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소풍 / 하명호

햇밤 고구마 친구들과 나눠 먹으라고 많이 담았다.

온 동리에 이른 아침 굴뚝에는 연기 쏟아 나오고

부뚜막에 걸치어 무쇠솥에 구수하니 햇밤 삶는 소리 새어 나온다.


고양이도 신이 나서 정지 문지방 넘나들고서 엊그제 장날 준비해둔 새로 산

운동화와 양말 갈아신고서 울 아버지 가을 햇살 따갑다. 흰 모자 눌러 씌워준다.

불룩하니 보자기 삶은 달걀 햇밤은 호박잎에 싸여 있다.


소풍비 3원 주머니에 넣어주고 햇밤 친구들과 나눠 먹으라고 많이 담았다.


노새집에 사탕 왕 눈알 한 볼때기 한입 가득 밀어 넣어 오물거리며

신작로길 걸어가는데 속력 줄이어 트럭도  뽀얀먼지 내뿜고서

그래도 마냥 신이 나니 오늘따라 앞장을 선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 더 크게 들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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