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민 시인의 좌충우돌 화원畵園 3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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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5 00:15
그림은 작가가 그린 유화입니다.
양승민 시인. 화가 作 120 × 60
자작나무 숲
양승민
흰 구름 받히고 있는 우듬지
쭉 뻗어 올라간 우람한 높이는
하늘마저 내려앉게 만든다
빛과 친하지 않는 하얀 수피는
가지가 잘려나간 통증에 시달리다
옹이마다 검은 눈물 자국으로 얼룩졌다
수 천 그루가 하모니를 이뤄 저마다의 풍경을 연출하고
서로가 버팀목이 되어 꿋꿋이 서있는 자작나무 숲
휘도는 바람은 음유시인이 되고
숲의 정령이 깨어나 말을 걸 것 같은 신성한 기운은
속세의 번잡함을 잊게 한다
찬란한 단풍으로 늦가을을 장식하며,
거울 같은 호수의 수면에 데칼코마니 된 숲은
어둑한 산그림자 속으로 페이드아웃 되고 있다
감성을 깨워주는 자작나무 숲은
알 수 없는 영험함을 간직한 것이 아닐까
자작나무 숲은 두근거리는 미완성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