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문학칼럼 3 - 오노레 드 발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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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식 문학칼럼 3 - 오노레 드 발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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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오노레 드 발자크의 '골짜기의 백합'에서 보는 육체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
민병식

이 작품은 오노레 드 발자크(Honore de Balzac)의 장편소설로 1836년 간행되었고 발자크가 거듭되는 사업 실패로 부채가 늘어나는 곤경에 빠졌을때 20세 연상의 베르니 부인을 알게 되었고, 유년시절부터 냉혹한 어머니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한 발자크는 부인에게 모성적인 사랑을 느꼈으며, 그녀 또한 발자크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 주는데 이 작품은 그녀를 위해 쓴 것이라고 한다.

이야기의 주인공 모르소프 부인(앙리에트)과 펠릭스가 처음 만나는 곳은 국왕이 돌아오는 길을 환영하는 의미에서 열린 투르 시의 무도회장(舞蹈會場)이었다. 그곳에서 펠릭스는 새가 둥지에 날아 앉은 듯한 몸가짐을 한 모르소프 부인의 장밋빛 어깨에 자기도 모르게 입을 맞춘다. 그에게 모르소프 부인은 골짜기에서 피어난 한 송이 백합과도 같았다. 


모르소프 부인은 왕실 귀족 출신으로 엄격한 가톨릭 교육을 받은 정숙한 여인으로유부녀인 동시에 어진 어머니였다. 펠릭스는 부인을뜨겁게 사랑하지만 부인은 끝내 그 사랑을 거절한다. 그러나 육체는 거절했으나 정신적 사랑까지 거절한 것은 아니어서 모르소프 부인도 사랑에 빠진다. 육체 대신에 부인이 준 것은 경제적인 면을 비롯해 사교와 처세 및 그 밖의 온갖 면에서의 원조였다. 그러한 도움으로 해서 펠릭스는 파리 사교계에서도 성공을 거두게 되고 다른 연인도 생기게 되었다. 그러나 펠릭스의 마음은 한시도 부인에게서 떠나는 일이 없었고 부인 또한 마찬가지였으나 결코 육체의 울타리를 넘지는 않았다 그녀는 '정절'이라는 관념에 대한 이상스러울 만큼 강력한 집착으로 그들의 사랑은 플라토닉의 정점을 치달았다.

부인은 펠릭스에게 모든 것을 허락했다. 자기 대신 육체를 허락할 여인을 사귀는 것조차 허락했다. 바꾸어 말해서 그녀는 자기의 육체 이외의 모든 것을 그에게 준 것이었다. 돈도 정성도 마음까지, 그러나 이러한 두 사람의 사랑도 부인의 죽음으로 종말을 고하게 되는데 죽음을 앞둔 부인은는 그제서야 비로소 펠릭스에게 자신의 사랑이 위선이었다는 점을 고백한다. 자기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고 있는 것은 실은 정신적인 사랑이 아니라, 육체적인 사랑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점을 고백하는 것이었다.

"왜 당신은 밤중에 나를 습격하지 않았던가요? 아아······ 사랑을 모르고 죽어야 하다니! 그 화려하기 짝이 없는 사랑을 모르고 죽다니! 황홀한 가운데 영혼을 하늘에까지 이끌고 가는 사랑!"

이 작품은 작자의 청년시절의 애인 베르니 부인을 모델로 한 자전적 소설이라고, 자서전적 요소가 많고, 소설의 무대도 작자가 좋아하는 풍경인데, 이루지 못하는 꿈을 그리는 30대 여인의 마음과, 청년의 감정이 정열적인 필치로 잘 표현되어 있다.

아름다운 육체와 순결한 마음을 가진 모르소프 부인은 앙드로 강(江) 골짜기의 흰 백합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부인은 난폭한 남편과 병약한 자식을 돌보면서 펠릭스와의 육체적 쾌락을 원하고 괴로워하지만, 결국 그에게 순결한 사랑만을 보여주고 죽는다. 여기서 그녀의 숭고한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이 소설을, ‘사랑’에 초점을 맞춘 ‘연애소설’로 본다면 때 에는 두 개의 주제가 있다.

하나는, 정신적인 사랑과 육체적인 사랑이라는 문제, 펠릭스는 정신적으로 모르소프 부인에게 강한 집착을 느끼면서도 관능의 유혹인 육체적인 더들리 부인에게 지며, 그 정신과 육체의 싸움은 모르소프 부인의 내면에서도 벌어진다. 그러나 펠릭스와 달리 부인은 기독교적으로 순교자 적인 모습으로 죽어간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골짜기의 백합’은 순수하고 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憧憬)을 나타낸다. 지상의 것이 아닌, 천상의 존재, 그것은 영원한 꿈이며, 영원한 동경일 뿐, 실제로 이루어질 수 없는 ‘여인’이자 ‘사랑’이었다.

모르소프 부인의 마지막 편지는 이렇게 끝맺고 있다.

“그 키스에 대해 아직도 기억하고 계세요? 그 키스가 나의 일생을 지배하고, 나의 일생에 깊은 금이 가게 한 것이었습니다. 당신의 피의 뜨거움이 내 피의 뜨거움을 일깨워준 것이었습니다. 당신의 청춘이 내 청춘에 배어들고, 당신의 욕망이 내 마음 속 구석구석에 들어온 것입니다.

중략ᆢ

당신은 그 무서운 키스를 잊어버렸는지 모르지만, 나는 도저히 그것을 기억에서 지워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문입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죽어가는 것은!”

사랑은 정신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육체적 사랑을 배제할 수 없다. 마음없는 육체적 사랑은 배설일 뿐이며, 육체적 행위가 없는 사랑은 숭고해보일지 몰라도 허망하다. 결국 두 개의 순조로운 결합이 이루어질 때 사랑의 완성이 되지 않을까?

여러분은 어떤 사랑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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