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문학칼럼 4 - 페터 한트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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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식 문학칼럼 4 - 페터 한트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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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마음의 치료와 치유가 필요한 사회
민병식

페터 한트케(Peter Handke, 1942. 12. 6. ~ )는 오스트리아의 
작가, 번역가,소설가로 희곡 '관객모독''으로 유명하다. 기존의 관습을 깨는 작품 활동을 많이 하여 '우리 시대 가장 전위적인 작가'라고 불리기도 한 그는 201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에 선정되었다. 그러나 예전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무너지면서 여러민족들이 세운 나라가 생겨나는 가운데 그중 세르비아는 세르비아 민족주의를 주창하며 독립을 원하던 알바니아계 주축의 무슬림계가 대부분신 코소보 자치권을 박탈하며 코소보 전쟁(1996.2~1998.6)을 일으키고 그때 피터 한트케는 인종청소로 악명이 높았던 밀로셰비치를 옹호하는 입장을 보여 거센 비판을 받았으며, 노벨상 수상에서 여러 번 떨어지기도 했다. 그는 2006년에 밀로셰비치의 장례식에 참석하여 "밀로셰비치는 영웅이 아닌 비극적인 인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연설했을 뿐만 아니라 1990년대 코소보 내전 당시 세르비아에 대한 NATO의 공습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피터 한트케가 2019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자 코소보 내전의 피해 당사자들이 반발하고 나서기도 했다.


작품의 화자인 블로흐는 예전에는 꽤 유명했던 골키퍼였지만 현재는 건축 공사장에서 조립공으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일꾼들이 모여 있는 대기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오전 새참을 먹고 있던 현장감독이 블로흐를 향해 힐끗 올려다보자 블로흐는 그것을 해고 표시로 받아들인 후 공사장을 떠나게 된다. 이후 극장, 카페, 호텔, 경기장을 하릴없이 배회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블로흐를 불안하게 만든다. 블로흐는 전화박스가 보이면 친구들에게 통화를 시도해보지만 거듭 실패한다. 그러다 '게르다'라는 극장 매표소 아가씨를 알게 되고, 하룻밤을 보낸다. 오늘 일하러 가지 않으세요?라고 게르다가 블로흐에게 묻자 블로흐는 게르다 목을 졸라 살해 후 국경 마을로 달아난다. 국경 마을에 도착한 블로흐는 정류장 옆에 있는 여관에 묵게 된다. 과도한 불안과 강박증을 가진 블로흐는 자신에게 감지되는 소리와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소리를 착각하기도 하며, 타인과의 언어소통 역시 괴리감이 심화된다. 경찰의 수사망은 점점 좁혀 오고 블로흐는 신문을 사서 샅샅이 읽는다. 축구 경기를 관람하러 간 블로흐는 낯선 이에게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감에 대하여 설명하며 이 소설은 끝이 난다. 


페널티 킥은 골대에서 11m의 거리에 축구공을 놓아 두고 키커가 공을 찬다 1초도 채 되지 않는 순간 골로 성공시킬 확률이 50%, 골키퍼는 약 50%의 확률로 공을 막아낼 수 있다. 키커의 입장에서는 '키커'로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압박, 부담감을 느끼게 되고, 골키퍼의 입장에서는 '골키퍼'로서 느낄 수 있는 최대의 부담감, 압박을 느끼게 된다. 그 어느 역할을 하게 되더라도 그 역할에 따른 불안감은 최고가 된다. 

작품은 현대인이 느끼는 감정의 ' 불안'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만약 블로흐처럼 정상적으로 소통이 불가능한 사회에 소외된 약자들이 평생 지니게 될 두려움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해보게 된다.  블로흐는 뮤직박스의 음악이나 켜놓고, 보지 않는 텔레비전 소리 같은 무의미한 기계음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인간이 아닌 기계나 미디어에서 위안을 찾으려는 현대인의 모습이다. 그는 기존의 불안과 사람을 죽인 새로운 불안이 더해져 엄청난 불안에 휩싸이는 상태가 된다. 그에게 있어 그 불안을 가중하는 또 다른 불안이 생긴다. 그것은 그가 게르다를 죽인 이후에 발생한다. 그는 게르다를 죽인 이후 다양한 곳에서 자신의 몸을 숨기는데 극장에서 몰래 잠을 잘 때  자신에게 손전등을 비춰 깨우려는 안내원을 폭행하고, 그 안내원이 신고하여 온 순경도 폭행을 하고 도주하는 것이다.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사람, 가장 평범한 사람이 어느 한 순간에, 이유 없이 끝없는 불안을 느끼게 되고 '정신병자'가 되어가는 그 모습은  바로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가장 평범했던 사람들의 변화일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가 '블로흐'의 마음을 간직한 채 오늘을 살고 있는것은 아닐까. 최근 정신병력을 가지고 제 때 치료받지 못한 사람들의 강력범죄나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 패스, 사회적 불만에 따른 피해의식에 의한  범죄에대한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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