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문학 칼럼 6 - 오에 겐자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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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식 문학 칼럼 6 - 오에 겐자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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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민병식

199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1935~),그는 개인적 체험을 담은 소설에서 부터 미래 소설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을 보여준 세계 문학계의 거장일 뿐만 아니라, 일본 천황제와 신사 참배,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을 비판하고, 한국의 김지 하나 중국 작가들에 대한 정치적 탄압 반대 시위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사회 참여로도 유명하다.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은 한때 유망한 대학원생이었으나 술에 의지해 현실 도피한 끝에 입시 학원 강사로 전락한 주인공이, 막 태어난 자신의 아들이 머리에 기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 아이를 기를 것인지 아니면 '안락사'시킬 것 인지에 대한 선택에 놓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이야기로 1964년 작이다. 이 작품은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쓰여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겐자부로의 아들인 유명한 음악가 오에 히카리는 뇌 헤르니아 장애로 뇌수술 끝에 무사히 태어나나 일생 동안 지체 장애를 안고 살게 되는데 특유의 절대 음감으로 음악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가족들의 격려로 음악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오에 겐자부로 27살 버드(bird)는 서점에서 아프리카 지도를 사가지고 나온다. 15살 때부터 줄곧 버드라는 이름으로 불려온 그는 깡마르고 작은 체구의 소유자이다. 25살에 결혼한 그는 그해 여름 한 달 동안을 알코올에 파묻혀 살다가 대학원을 자퇴한다. 지금은 그나마 장인이 학원 강사 자리를 찾아주어 재수생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결혼 후 2년이 지난 지금 그의 아이가 뇌 헤르니아(腦 hernia)라는 장애를 안고 태어난다. 아이는 수술을 해도 만족스런 상태는 안 되고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 거라는 것, 그리고 식물 같은 인간이라 시력도 청각도 후각도 가지고 있지 않을 뿐더러 고통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는 머리에 피 묻은 붕대를 감고 있는 아이를 보고 눈물을 흘린다.

그는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장인에게 가지만 조롱 섞인 농담을 듣고, 장인이 준 조니워커 한 병을 받아들고는 여자 친구 히미코의 집으로 향한다. 대학에 들어가던 해에 알게 된 그녀는 졸업 직전에 결혼했는데 결혼한 지 1년 만에 남편이 목매어 자살하고, 그 이후 밤거리를 방황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행히 히미코는 집에 있었고 버드는 그녀와 조니워커를 마시며 지난 일을 이야기한다. 그 둘은 대학 2학년 때 술에 만취한 채 관계를 가지려다 실패한 이야기를 한다. 술에 취한 버드는 히미코의 침대에서 잠을 청하고 히미코는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외출한다.

한참을 자고 있던 버드는 히미코의 신음소리에 깨어나 변기로 가 한바탕 토악질을 한다. 그는 히미코가 권하는 레몬수를 마시고는 아직 술이 덜 깬 채 수업을 하기 위해 학원으로 향한다. 하지만 수업하는 도중에 교실 바닥에 주저앉아 다시 한 번 토하게 되고, 흥분한 학생들로부터 도망쳐 나온다. 신생아 특수아실로 향한 버드는 붕대를 벗고 얼굴 전체가 막 아문 화상 자국으로 덮여 있는 자신의 아이를 보고는 깜짝 놀란다. 아기는 빈사 상태도 아닐 뿐더러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의사를 만나 아이가 죽는 방법은 없는지를 말을 돌려 물어보지만, 의사는 자신이 직접 손을 써서 죽이지는 못한다고 한다.

고통의 순간이 버드를 엄습한다. 그는 그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 다시 히미코에게 가서 그녀와 관계를 맺으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임신이라는 단어를 듣고는 급격히 성욕이 감퇴한다. 하지만 그는 결국 그녀의 어깻죽지를 물면서 관계를 맺으며 최고의 쾌락을 맛본다. 그는 아내와의 관계 후에는 자기 연민과 혐오감에 사로잡히곤 했는데 히미코의 도움으로 공포심을 극복하면서 그녀와의 관계에 몰입하게 된다.

그는 자기가 낳은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는 아내 의 병실로 찾아간다. 그녀는 자신이 아이를 낳는 순간 간호사가 ‘악’하고 비명을 질렀다며 아이에게 이상이 있음을 감지하고 있었다. 장모는 아이를 빨리 처리하라고 버드를 재촉하고, 아내는 버드가 자주 아프리카로 떠나는 꿈을 꾸면서 꿈속에서 버드가 스와힐리어로 소리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버드는 초조하게 아이의 죽음을 알리는 전화를 기다린다. 지난번 구토 사건으로 버드는 학원에서 해고당한다.

한편 슬라브어 연구회 멤버인 델체프 씨는 공사관의 소환에 불응한 채 일본 불량 소녀와 동거를 계속한다. 공사관은 빨리 그를 소환하여 본국으로 송환하기 위해 델체프 씨가 신뢰하는 슬라브어 연구회에 그를 설득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연구회 멤버인 버드는 그를 만나러 가서 설득하지만 그는 거절하면서 버드에게 ‘희망’이라는 의미의 슬라브어를 쓴 사전을 선물한다. 병원 부원장실로 오라는 전화를 받은 후 아이의 쇠약사를 기대하며 달려간 버드에게 의사는 수술을 제안하지만 버드는 단호히 거절하고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나가겠다고 말한다. 그는 히미코가 아는 낙태 의사에게 아이를 처리 해달라고 의뢰하기 위해 아이를 히미코의 차에 태운 채 병원으로 향한다.

둘은 병원에 아이를 건네고는 버드의 고등학교 시절의 동창생인 ‘기쿠히코’가 운영하는 게이바로 간다. 거기서 술을 마시면서 버드는 도망치는 것을 그만두겠다고 한다. 아이를 데리고 대학병원에 가서 수술을 시키겠다고. 그는 이렇게 말한다. “아기 괴물에게서 도망치는 대신 정면으로 맞서는 기만 없는 방법은 자기 손으로 직접 목을 조르거나, 아니면 그를 받아들여 기르는 것, 두 가지 뿐이야. 애초부터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걸 인정할 용기가 없었던 거지.” 그러고는 아이를 단념하고 아프리카로 가자는 히미코의 말을 거절하고 병원으로 간다.

실제로 오에 겐자부로는 장애를 가진 그의 아들(히카리)이 멋진 음악가가 될 수 있도록 사랑과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한 것이다. 장애인으로 살아가기에 전대 행복하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만일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판단할 수 없고 작가나 작품 속 주인공의 마음을 십분의 일도 공감할 수 없는 이 무지막지한 환경을 함부로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수 없다. 작품이 작가의 개인적 체험만 단순하게 서술한 `사소설`은 아니다. 오에 겐자부로는 아이의 죽음을 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책임감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고민하는 모습을 통해 출구 없는 현실에 놓인 현대인에게 재생의 희망이 있는지 물음을 던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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