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호 시인의 도라지 수필 2, 스토리가 있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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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명호 시인의 도라지 수필 2, 스토리가 있는...2

소하 0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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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명호 시인 수필가

 

사랑의 오작교 1

                                                        

                   하명호


그해 여름은 지루하니 이어진 장마와 함께 더위는 왜 그렇게 길게 느껴지던지...매미도 지쳤는지 울어대는 소리가 왠지 쇤 거 같아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해가 질 무렵이 되어서 온종일 묶여두었던 소리는 합창으로 이어져 간다. 길게 뻗은 골로 이어진 동리는 매미들 소리에 묻혀버리고, 이내 집안 마당에는 인진쑥과 함께 물여뀌 베어다가 모닥불 피워대니 연기는 독한 연막의 향 품어내어 모기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다. 방우네 식솔들 마당에 짚멍석 깔고 드러누워 곧 있으면 나타날 별들의 잔치 구경이나 하러고는 아직은 이른 저녁들 물리고서는 밤하늘 쳐다보고서 있었다. 식구들 사이로 막내는 이른 밤바람이나 쏘이러 나간다고 하고서는  집 밖으로 나간다. 산골에서 자라 부산에서 대학을 마치고 당시에는 우리에게는 로망이었던 이웃에 석기형은 망망대해 해양을 누비다 장래 선장을 바라보고 휴가차 들른게라 거기에다 우리와 이웃 동네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데도 한참이나 나이가 어린 우리들을 동원하여 청춘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나와 친구는 한마디로 연예의 첨병이자 징검다리가 되어 있었다.

 

오늘도 예외가 아니어서 우린 동구밖에서 만나 윗 동네로 향한다. 왕 눈알 사탕 입안 가득하니 넣어두어 혹여 침이라도 흘러내릴까 봐 입안 가득 물고서 동행을 하고 서 있다. 동네 밖 벗어나 오래지 않은 거리에 고개가 나타나니 속칭 여우고개인지라 이 전에는 여기가 여우들 놀이터였다는데 어느 해 이후 여우들은 종적 감추고  사라져버리고 없다. 석기형은 덩치는 장정으로 크면서도 겁이 무지 많아서인 지 혼자 도저히 이 길 넘어갈 자신이 없어 감언이설로 우리들을 꼬여 대동하는 것이라 그래도 우린 꼬맹이지만 어릴때부터 산 짐승들과 부데끼며 살아서인 지 아무런 두려움도 못 느끼고 거기에다 인근 골짜기 야생의 제철 과일들까지 훤하게 꿰뚫고 있었으니 우린 능숙하니 약속이나 하듯 이웃 동리로 한 달음에 달려가서는 박선생님댁 셋째 따님을 모셔 오는데 이미 사전에 약조가 되어 따다닥 돌 부싯돌 소리 부딪히는 신호로서 조금 있다가 이 댁에 셋째 따님이 쪽문 열고서 까치발 하고서는 우리와 함께 소리없이 동리 밖으로 나간다.


동리 벗어나 당사나무 아래에는 이제 막 어둠이 밀려져 오는데 두 사람의 사랑의 서사시는 이른 밤에 섞이어 오고 우린 이 자리를 피해 주기 위해서 갖고 간 야간 후레쉬로 또다시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가고 약속 시각이 되어서야 다시 장소로 돌아오는데 어깨에 싸리 망태기에는 먹음직한 산 머루가 그득하니 담겨져 있었는데 이 형은 자기가 마치 채집해왔던 양 하고는 그녀의 목에 감은 스카프 벗어내어 큼직하니 송이째 담아준다. 옆에서 바라보아 우린 '어~ 이건 우리들 집에 갖고 갈 건데' 하니 볼멘소리 그만하고 모셔다드리고 다시 와 한다.


"알았어요!"

우린 왔던 길로 미래의 형수님 되실 분을 모셔다드리고 다시 돌아와 우리 동네로 돌아오는데 형아 나중에 배 타러 갔다 오면 형수님 되실 분과 혼례를 치르겠어요? "야! 임마 자슥들아," 너희가 뭘 알아 연애도 때로는 시간이 가면 자연스레 엮어지게 되는 거란다. 동리 돌아오는 길옆 펑퍼짐 바위에 앉아서는 조금 전에 산에서 따가지고 온 머루들 입가로 가져가니 입술가에 파름하니 채색이 되어버리고 이내 바구니에 동이나서 없어져 버렸다.

"형아!

조금 더 따올 걸 그랬나 봐요!"

내버려 둬라 내일도 날이잖니 !

예! 내일도 다시 와야 해요?

"그~그럼!"

"싫어요. 내일은 형아 혼자 오시지요?"

우리가 뭐 형아 연애하는데 불침번이라도 되는게요,  아니면 저기 밤하늘에 가로질러보이는 은하수 오작교라도 되는가요?

그럼 당연히 너희들이 내 사랑의 오작교임에는 틀림이 없고말고 내 약속하는데 너희들 고래고기 알기나 해?

우리 둘은 머리들 가로 젖는다.

몰라요. 우린 고래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라요?

그래~~ 내 다음 항해나갔다 오는 길에 고래고기라고 젤 맛있는 부위로 해서 너희 둘한테 줄 거니 그리 알라.

형! 그럼 약속, 우린 못이기는 채 두 손 가락 도장찍고 복사까지 마치고는 각자의 집으로 향한다.

오늘 밤에 일은 저기 밤하늘에 내려다보아 초승달만이 알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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