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호 시인의 도라지 수필 3, 스토리가 있는... 3

기타

하명호 시인의 도라지 수필 3, 스토리가 있는... 3

소하 0 258

a991e69fedc6dbd0b3c3529354eb7775_1631753275_55.png

                         하명호 시인


사랑의 오작교 2

                        

               하명호


봄의 기온이 채가시고 나서 아직은 이른 여름 시골의 마당에 경운기 엔진 소리 요란하고 동리는 이른 새벽부터 부산을 떨어대어 그러고 벽에 붙어있는 달력을 바라보니 오늘이 오월 "수릿날"이다. 동리에서 십리 길 먼 거리이지만 내 어릴 적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간다기에 온 동리가 들썩인다. 오늘 하루는 단오라 모내기도 끝내고나서 일꾼들도 모처럼의 달콤한 휴식과 함께 창포물 끓여내어 머리를 감고서 아름드리 집 앞의 느티나무 고목 나무에 매어둔 그네는 하늘 창공으로의 비상을 위해 흔들거리려고 있다.


여기에다가 오늘은 모처럼의 시골에 친목 도모하는 큰 행사가 열리게 되니 줄다리기 대회와 그네타기 씨름대회가 벌어진다고 하여 이날을 위해 동리별 참가 선수들 평소에도 오늘을 위해 나름대로 출전에 따른 체력 보강은 기본이고 몸에 좋다는 몬도가네식은 수시로 먹어 두어야 해서 이는 비단 우리 동리만의 준비도 그렇지만 타 동리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라 저번 주 장날에 맞추어서 각 동리의 수릿날 행사에 대한 준비사항을 귀동냥으로 알아두어 이는 사전에 경기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우리 동리에서는 소 장수로 이 동네 저 동네 소를 사들이어 매매하시는 김 씨와 나이가 드신 할머니들이 사전 염탐을 하여 동리 지도자에 사전에 타 동리의 작전을 손에 넣도록 한다.


이즈음 산업화의 바람에 우리 동네도 예외는 아닌 것이 요즈음 도회지로 빠져나간 젊은이들이 많이 있어 노심초사 오늘 벌어지는 경기에 인원 공급에 차질을 빚는 현상이 걱정되었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동안 해외 바다 현장에 있던 석기형과 그 친구들 휴일 맞아 고향에 머무르고 있어 동리 사람들 모두는 내심 우리 동네가 당연히 선두 고지를 확보한다고 자신들 하고 있었다. 그나 어릴 적 우리의 호프 석기형의 모습을 보니 그 이전의 형이 아니고 멋진 중년 신사 차림새의 젠틀맨이 되어 우리들 앞에 나타났는데 그러고 보니 손잡고 있는데 장난기 어린 귀여운 어린 꼬마가 보인다. 그동안 보이지 않은 것은 결혼과 함께 이따금 고향에 들렀다 이내 가버리곤 해서 오랜 기간에 도통 우리들과의 조우가 없었으니 우린 석기형에 대한 소식은 그저 아직도 바다에서 대한민국 수출 화물선을 싣고 오대양 육대주를 항해하고 있다는 소식만을 들어서 알고 있는 정도이다.


조금 있으니 반가운 얼굴하고는 금세 알아보아 그 이전에 아주 오랜만에 낯익은 얼굴이 나타나니 한눈에 보아도 알아보아 보름달 같은 형수님 얼굴이 턱 하니 우리들 앞에 나타난다. 석기형 형수님도 우리들 앞에 나타나서는 아주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른다. 삼촌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두 손 꼭 잡고 반가워서는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십 년도 넘어 이제 보니 늠름하니 제법 청년티가 나네. 그 이전 우리들 연애할 때 즈그 아빠 대신하여 우리 집까지 바래다주고 해서 삼촌들 덕분에 무난히 연애하는 시간 잘 보내고 이래 결혼해서 두 명의 얘기들까지 있답니다.


철 따라 얘들 아빠가 나에게 전해주는 제철 과일 전 당시에 이미 알아차린 건 얘들 아빠는 소심하고 덩치만 커갔고는 겁이 많아 아빠가 준비한 게 아니고 우리 사랑스러운 삼촌들께서 몸소 수확을 한 걸 봄이면 산딸기에 매실과 산 복숭아 여름이면 어름과 개구리참외 가을이면 또 지천으로 널려있는 머루에다 송이버섯 싸리버섯 온갖 약용 식물들 흐드러지고  풍성하니 가을 보내면서 도토리 주워다가 묵을 해 먹으니 배고프던 시절이라도 부지런만 하면 널려있는 게 식용할 양식이라 근처 자연 속에 특히나 야산이나 들에는 무성들 하여 이 또한 없던 시절에 풍족하니 우리 인간과 가축에 일용할 양식을 내어주곤 했다 하더라! 그리고 나 처녀 시절에 우리 집까지 바래다주고 해서 정말 고마웠어요! 그나 오늘 내 맛있는 음식들 준비를 하여두었으니 수릿날이라 수리취 뜯어다가 쑥떡과 김밥, 탁주도 많이 준비했으니 얼른 경운기에 실어 학교로 가도록 해요. 그리하여 동민들 합작품들 모아서는 우린 고향에서 농사짓는 석기형 아우네 경운기에다가 미리 저번 장날에 맞춰 음식물들 준비를 하여두어 오늘 동리 주민들의 식사와 다과들 잔뜩하니 실어 짐칸에 올려두었어요.


엔진 소리도 경쾌하여 속도올리어  부지런히 달려 나가고 있는데 시력도 천리안인가?

짐칸에 앉아 형수님이 경운기 세우라고 황급하게 운전하는 삼촌의 등을 쳐댄다.

"- 삼촌! 경운기 세우세요!"

가던 길 멈추고서 잠시 경운기 세우고 있는데 저어기 먼지 사이로 뛰어오는 게 보인다?

- 강아지다!

- 나도 데리고 가줘요~~

석기형네 집에 있어야 할 누렁이도 부지런히 먼지 마시고 뛰어오니 경운기 길가에 세워두고서 조금 있으니 길게 혀 내밀고 헥헥거리며 누렁이는 꼬리치고 반색을 하고 있어 달려와서 얼른 안아다가는 짐칸에 앉혀두니 이제야 반가워서 꼬리 흔들고서 있다. 길가에 플라타너스 나뭇잎은 승리의 손 흔들어 주는 거 같아  모두들 들뜬 기분으로 정든 우리의 학교 운동장에 들어선다. 아직은 이른 시간인데도 이미 근방에 동리 사람들은 일찌감치 천막을 쳐놓고 사람들 오기를 기다리고 우리 동네 사람들도 속속 학교 교정으로 들어선다. 오랜만에 보는 그리운 얼굴들 친구, 아재, 친척들 모두는 한 지붕 가족들같이 친근함으로 다가온다.


모처럼의 시골에서의 큰 행사가 벌어지니 사람들도 그렇고 사람들 사이 한편에 짐승들도 낯선곳이라 각 동리의 강아지들 서로 킁킁거리며 서열 정하느라 이빨 들이내어 눈망울 치켜들고서 쳐다보는 이들은 운동장 바라보랴 사람들 인사건네랴 여기에다 강아지들까지 뒤엉키어들어 정신들이 없는데 구경하는데 이 또한 장관이 따로 없더라.    <<<2부 끝.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