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민 화가의 좌충우돌 화원畵園 5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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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8 09:07
양승민 화가 作
억새
양승민
세상에 불사조가 있다
세찬 바람에 꺾일 듯 휘어져도
마소의 발굽에 밟혀 짓이겨져도
도도한 강물에 떠내려갈 듯 휩쓸려도
뜨거운 불길에 불티되어 스러져가도
끝끝내 살아남는 존재가 아닌가
곤경이 커질수록 단단해지는 삶의 의지
굳건한 터 위에
서슬 퍼런 칼 옆에 차고
건장한 몸을 곧추세워
도열한 병사처럼 위엄을 뽐내는 억새
우직할수록 정은 깊을까?
여러 날 밤을 하얗게 새운 기도 끝에 잉태한 씨앗들
바람의 노래 속에
더 나은 후생을 기약하며
미지의 세계로 떠나보낸다
억새는 윤회하는 불사조임에 틀림없다
*그림은 작가가 그린 유화입니다
15M(65.1 × 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