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호 시인의 도라지 수필 6 스토리가 있는...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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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명호 시인의 도라지 수필 6 스토리가 있는...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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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명호 시인


중추가절(仲秋佳節)


                             하명호


  청명의 하늘은 눈이 부시어 오고 들녘에는 황금빛 누렇게 익어가 벼들은 풍만하니 무게에 눌리어져 고개를 숙이어 가을을 재촉하고서 있었다.


'가배(嘉俳)' 천년을 이어 내려오는 오늘은 축제의 날이라 논에 심어두어 오뉴월 삼나무들은 하늘 높이 찌르듯 하고서 아녀자들 힘이 들어 이웃

함께 품앗이 내어 들어 마음은 더욱 조급하니 남정네들 지겟가지는 휘어지고서 무게추 불알은 중심 잡으러 애를 쓰고서 지게에 메달리어 늘어진

삼나무는 휘청거리어 한발 들어 또 한발은 허공을 헤맨다.


이 땅에 선인들의 말씀에 "길쌈 잘하는 며느리가 들어오면 논과 밭을 산다"고 하였으니 이전 시대를 살아가는 그 시대에는 무명, 명주, 삼베, 모시

길쌈은  모든 여성의 필수 부덕(婦德)인지라 길쌈때 맞추어들어 남정네는 삼나무 베어다가 찜을 쪄서내어 곱다랗게 가는 실로 이어져 물레에다

빚어내어 길쌈을 내려하니 유월 보리농사 지었겠다 집집이 합창이라도 하는 듯 하고서는 쿵더쿵 소리 디딜방아는 일어섰다가 내리 꼿아 뽀얀

미숫가루 만들어 내어와서 졸린 눈 깨워주고서는 얼음장 찬 우물물 퍼 담아 한 바가지 내어 쏟아지는 잠은 대 바늘로 찔러가며 잠을 쫏아 길쌈놀이

가녀린 아녀자들 허벅지 무릎에는 실핏줄이 돋아나고 입안에 치아는 짓물러 오는데 온 가족 겨울 양식 삼베 찢어 윗도리와 바지 적삼 만들어내어야

들어 아낙네들 손길은 더욱 바빠지고서 힘이 들어 길쌈 만들어 놀이에다 아녀자들 솜씨 자랑하여 남정네들도 빠질세라 활쏘기에 꾕꽈리소리 곁들어

칠현금 현줄 풍악소리는 길 가던 여우 가족들 풍악소리에 넋이 나가 귀동냥 곧추세우니 여우귀라 하여 밤새 바람소리에 묻히어들어 온 동리 밖으로

새어 나가고서 있다.


풍류에다 술이 빠질 수가 없으니 천년 주 묵은 술과 함께 햇소나무 솔향기 더하여져 떡시루에 담아내어 반달 모양 햇곡은 보름달이 되어 송편 음식

정성 내어 만들어 내어주고서 있었다.


반달 송편이 보름달이 되어서 신라의 부귀영화 이어져 내려와 이 땅에 둥근 보름달과 함께 비추어 들어주니 천년 사직의 혼이 깃들어져 대지 영광을

비추고서 어두워져 가 힘이 들어 지쳐가는 이 시대의 우리들 민초의 가슴 속에 환한 희망에 찬 광명의 불집 내려 주시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눈이

부시어 바라만 보아도 넉넉하니 푸르러 누런 황금빛 들녘에 풍성하니 복을 내려주시고, 자손들 몸 건강히 가족들에게는 안녕을 기원하는 넉넉하고

풍요로와 정이 넘쳐 흘러 복(福)이 충만하게 넘쳐나는 중추가절(仲秋佳節)이 깃드시길 바랍니다.


"農者 天下之大本 也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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