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진 시인의 그리운 날의 언젠가는...2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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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30 19:31
김재진 사진 作
가을 안부
김재진
이슬비 젖어 드는 새벽녘 찬 기온은
불야성에 느슨해진 옷깃을 여미게 하고
무던해진 마음의 끈을, 질끈 조여옵니다
갈맷빛 하늘 녘 여유로운 햇살은
소슬 바람결 잔잔한 시골 마을 어귀에
풍요로운 결실을 내려놓습니다
너른 들녘에 빼곡한 햇귀며 벼 이삭은
황금빛으로 물들어가 고개를 떨구고
가을가을한 대추는 볼 빨개집니다
토실토실 영그는 밤송이는 산달이 되어가고
억새 하늘하늘한 연애 짓에 피라미는 톡
튀어 올라 곁눈질을 합니다
아련한 추억 속의 버스정류장에 앉아봅니다
소슬바람 살랑살랑 불어와 월하감에
불거진 볼때기를 어루만지고 지나갑니다
나도 모르게 스르륵 눈꺼풀이 감기고
평온해진 마음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땅거미 짙게 내려앉은 해 질 녘입니다
어렴풋한, 그대의 하루하루는 어떠신가요
산허리 타고 내리는 오색 단풍이, 더 물들기 전에,
그대에게 기나긴 여정에 안부를 여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