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의 변신은 무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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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의 변신은 무죄(2)

소하 0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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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현


쿵더 쿵, 쿵더 쿵 떡방아 찢는 소리가

낮은 싸리 울타리를 넘어서 울려 퍼지고.

고소한 콩가루 냄새가 좁은 골목에 퍼질 땐 세상어서 제일 행복 했습니다.


아버지는 커다란 떡메를 들고 돌 절구 속을 힘껏 내리찧는데,

어머니는 찬물에 손을 살짝 담그고. 인절미 덩어리를 잽싸게 조물락 거린다.


어쩌면 그렇게 박자를 잘 맞추던지 두 분이 사이좋게 떡을 만드는 모습은 일찍이 보지를 못 했지요.


할아버지 제삿날이었는지 아버지 생신이 었는지,

분명 떡잔치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우리 집에서 잔치 음식을 만드는 날은 좁은 골목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웃도 모두가 잔칫날이었지요.


흰 찹쌀을 물에 불려서 커다란 시루에 넣

고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펴,

고두밥이 잘 익으면, 다시 절구통에 넣고 사이좋게 떡방아를 찧었습니다.


찰지게 찧어진 덩어리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났었지요,

노란 콩가루가 널려진 넓은 도마에 올려놓고 만지작거리면서.

잘게 자르면, 그게 맛있는 인절미였습니다.


뚝뚝 잘린 떡을 손에 집어 들고 입으로 들어 갈 땐 눈치코치는 볼 겨를도 없이

게눈 감추듯이 먹었답니다.


한나절을 떡 만드는 광경을 지켜보던 나의 뱃속은 오로지 먹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야말로 꿀떡이 꿀덕 꿀덕 넘어갔습니다.


절구통에 떡방아를 찧는 날은 집안에 큰 행

사를 치르는 날이었지요.


우리 집은 어김없이 가까운 친척들과 이웃이 모여서 시끌시끌 벅적했는데

그날도 쌀은 무한한 변신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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