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포엠 -시 영상 에세이, 권덕진 시인편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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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7 05:09
황소
권덕진
천성이 우직한 황소는
단 하루 허투루 살지 않는다.
일찍 가장이 되어버린 그의 어깨 위로
짓누른 삶의 무게를
오롯이 홀로 짊어지고 감내하며 살아가야만 했다.
들밭에서 진종일 고단한 생을 일궈야
울타리를 지킬 수 있다고,
한 줌 여유마저 품지 못한 삶이었다.
등골이 휘도록 터를 닦아야 했던 황소,
제 한 몸마저 희생하며
묵묵히 땅을 일구고
터전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온 황소는
이 땅의 아버지다.
사모곡
권덕진
등허리가 바스러지도록
세간살이 꾸리던 그녀의 손
마디마다 굽어 펴지질 않는다
꽃단장에 나들이 하는 날이면
옷소매에 감추시던 손
붉은 입술 너풀대는 비단옷이
한 떨기 꽃 같은 여인
한스레 토하는 묵은 노래 한 자락
어찌나 구슬픈지
한 많은 인생
돌아보다 옷고름 훔치고
회한도 눈물도 마른 가슴
선걸음에 먼 길 가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