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포엠 -시 영상 에세이, 박덕은 시인편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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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8 05:46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박덕은
차가운 뚜껑으로 가려진 단칸방에
마감일 멱살 잡혀 야근한 작업복과
반항기 물든 청바지 어색하게 앉는다
물줄기 내리치자 서로의 몸 맞닿아
난생 처음 함께 있는 아들과 그 아버지
어긋나 비껴간 길이 뒤엉키며 꼬인다
얼룩진 갈등 사이 한 스푼 세제 넣어
오해를 풀어 가는 꽃거품 피어나니
수없이 솔기가 터져 잠 못 든 밤 씻긴다
멍들고 부어오른 생의 밑단 헹궈내면
웃음 소리 쏟아지는 오후가 콸콸하다
오지게 햇살에 묻혀 화사해진 마음들.
행운목
박덕은
아버지는
일 년 계약직 접시 물에서
일한다
얄팍한 물빛에
악착같이 뿌리내려 보지만
새소리 하나 깃들지 못한다
토막 토막 잘려나가
초록 영업 실적의
성실한 잎을 내면
잘릴 때가 다가온다
정 붙일 만하면
쫓겨나는 것이 인생이고
잘려야 다음 접시로 넘어가
일할 수 있다
그나마 살아 있어
취업하는 것이
행운이다
칠 년을 기다리면 핀다는
내 집 마련 같은 꽃
그 약속을 실행하기* 위해
모두가 퇴근한 사무실에서
혼자 야근한다.
*약속을 실행한다:행운목 꽃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