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포엠 -시 영상 에세이, 박덕은 시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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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포엠 -시 영상 에세이, 박덕은 시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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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은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박덕은


차가운 뚜껑으로 가려진 단칸방에

마감일 멱살 잡혀 야근한 작업복과

반항기 물든 청바지 어색하게 앉는다


물줄기 내리치자 서로의 몸 맞닿아

난생 처음 함께 있는 아들과 그 아버지

어긋나 비껴간 길이 뒤엉키며 꼬인다


얼룩진 갈등 사이 한 스푼 세제 넣어

오해를 풀어 가는 꽃거품 피어나니

수없이 솔기가 터져 잠 못 든 밤 씻긴다


멍들고 부어오른 생의 밑단 헹궈내면

웃음 소리 쏟아지는 오후가 콸콸하다

오지게 햇살에 묻혀 화사해진 마음들.






행운목


    박덕은 


아버지는

일 년 계약직 접시 물에서

일한다


얄팍한 물빛에

악착같이 뿌리내려 보지만

새소리 하나 깃들지 못한다


토막 토막 잘려나가

초록 영업 실적의

성실한 잎을 내면

잘릴 때가 다가온다


정 붙일 만하면

쫓겨나는 것이 인생이고

잘려야 다음 접시로 넘어가

일할 수 있다


그나마 살아 있어

취업하는 것이

행운이다


칠 년을 기다리면 핀다는

내 집 마련 같은 꽃

그 약속을 실행하기* 위해

모두가 퇴근한 사무실에서

혼자 야근한다.


*약속을 실행한다:행운목 꽃말


https://youtu.be/2Hn-wAR0Mi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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